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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18. 2021

그리운 홈콩


나의 두 번째 집이라고 할 수 있는 홍콩. 사실 첫 번째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텐진에 대해서도 써보려고 했으나 노잼 도시라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마치 한국 대전 같은?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홍콩을 떠올렸을 때는 그 자리에서 한 장 가득 리스트를 써낼 수 있을 정도로 생각나는 게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돈 없는 학생 기준에서 바라본 홍콩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쇼핑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촘촘한 집들이, 항상 공사 중이라 대나무 뼈대투성인데 거기에 빨래를 널어놓은 전경이 정겹다.


술이 고플 땐 포차에서 레몬 치킨을 먹거나 새벽에 열어 장사를 시작하는 딤섬집에서 하가 우 (새우가 들어간 딤섬), 시우 마이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딤섬), 커스터드 번, 연유 튀김을 먹고는 했다. 해장에는 역시 국수다. 운남 국수, 사천 국수 그냥 국수란 국수는 다 맛있다. 담백한 고기 육수부터 매콤한 마라, 쏸라 육수까지 다양하다. 요깃거리로 길을 걸어가다 먹는 피쉬볼도 빠질 수 없다. 짭짤한 소스를 얹어주는데 그 소스가 그렇게 중독적이다. 탱글탱글하니 식감도 재밌다. 디저트로 홍차나 밀크티도 꼭 먹었다. 동남아시아가 가까워 재료 수급이 원활해 현지인들이 조리하는 동남아 음식도 동남아시아 여행 때 맛본 그 맛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맛집들도 많지만 붐비고 더러울 때가 많다. 불친절하기도 하다. 맛집 문을 두드리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학교 근처 식당들은 웬만하면 다 맛있다. 아 맞다, 동석 문화에 놀라지 말라. 그냥 아무나 같이 앉힌다.


바다가 어디든 있다. 일상에 지치면 바다로 향했다. 나는 스탠리나 리펄스 베이를 특히 좋아했는데 그저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 모래를 느끼고 바람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들으면 그게 천국이었다. 수영을 하기도 하고 노을이 질 때쯤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했다. 사실 한 짝 정도 했다.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바닷가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다. 근처에 추로스집도 있다. 사실 피자, 파스타를 파는 집인데 추로스를 먹으러 갔다.


더 작은 섬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섬에 들어가면 물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보고 그들이 사는 법도 배운다. 해산물 요리가 싸고 맛있다. 가리비 요리가 특히 맛있다.


산도 어디든 있다. 가벼운 트래킹도 마운틴 클라이밍도 할 수 있다. 산에 오르면 미친 뷰를 볼 수 있고 홍콩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캠핑도 했다. 멧돼지를 만나기도 했다. 멧돼지를 만나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학교와 가까웠던 란콰이 클럽이나 바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좋아하는 위스키를 마시고는 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침사추이 하버나 센트럴 피크에서 야경을 보며 우린 언제쯤 불 켜진 저 사무실에서 일하나 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나는 실패했다. 그래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홍콩과 애증의 관계에 있는 내가 홍콩을 그리워하는 걸 보면 홍콩은 참 매력적인 도시다. 모두 알았으면 좋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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