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몽골,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국 여행을 해봤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캄보디아다. 힘들 때 가서 위로를 받았고 더 힘들어졌을 때 그때 받은 위로의 기억으로 힘든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사원 위로 붉게 물드는 하늘. 그게 왜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해줬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것 같다. 그 순리 안에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어제는 어제대로 가고 오늘은 오늘대로 가고 내일은 내일대로 간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숨만 붙어있으면 그게 사는 것일까. 내가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덜 아플 거 같아 죽겠다는데 나 대신 내 삶을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살리려고 하는 걸까. 그게 날 더 힘들게 할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 해봤다면 그건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걸 왜 모를까. 삶에 그 어떤 미련도 의지도 없는데 어떻게 낫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삶과 죽음에 대하여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고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틀렸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나는 복에 겨운 사람인 것 같다. 물론 그 크기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시간은 흘러간다는 것일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둬보려고 한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우리중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다. 잘 살려 하지 말고 살아있으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요즘 다시 수면제 없이는 아예 잘 수 없다. 아무리 피곤해도 말이다. 그래도 '아빠는 날 미워해?'라는 질문에 '아니 너무너무 사랑해. 한 번도 미운 적 없어.'라고 답해주는 아빠와 '괜찮아,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 생각해 볼까?'라고 말해주는 엄마와 '맞아, 나도 그런 마음이 든 적이 있어."라고 공감해주는 동생이 있어 감사하다. 이들이 모두 내가 떠오르는 해를 온몸으로 거부해도 나에게 해를 끌어다 앉혀주는 사람들이다. 부디 나 자신이 이들을 아프게 할 일이 없으면 한다. 그리고 만약 자살사고가 너무 심해져서 또 자살시도를 하고 그게 실수로 죽음까지 이어진다면 이들이 본인들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본인들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