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May 01. 2023

백상이 쏘아 올린 공: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대하여

“예능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 정말 ‘와… 오늘 잘 했다. 멘트 좀 친 것 같다. 너무 만족한다.‘이런 생각을 한 적이 정말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매번 ’아… 그때 왜 그랬지? 그냥 그 얘기 하지 말걸. 그냥 가만히 있을걸.‘ 그런 생각 하면서 후회하는 밤이 더 많았는데…” - 이은지 백상 수상소감 중

“제가 우영우를 마주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배우로써 우영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또 어떤 사람으로 여러분께 다가서느냐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많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자폐인에 대한 또 변호사에 대한 저를 스쳐가는 생각들이 혹시 저도 모르게 갖고 있는 편견으로 기인한 것은 아닐지 매 순간, 매시간마다 검정하는 게 꼭 필요했었는데요. 처음으로 저 스스로의 한계를 맞닥뜨릴 때가 있어서 그런 스스로의 좌절들을 딛고 마침내, 마침내 끝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인 작품이었습니다." - 박은빈 백상 수상소감 중

“더 글로리 박연진은 저에게 도전이었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연기가 아직도 두려운 저는 언제나 좌절하고 매번 자책만 하는데 그런 생각들이 가끔은… ‘나는 불행한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은 좀 다른 건가?’라는 생각들을 하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존경하는 선배님과 동료들 앞에서 제 자신에게 좀 말해주고 싶네요. 연진이로 사느라 너무 고생했고 너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멋지다 연진아! 앞으로 저에게 주어진 작품, 역할 어떠한 노력을 해서라도 반드시 잘 해내는 그런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임지연 백상 수상소감 중


화려하게 빛나는 배우, 가수, 코미디언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 나만큼 열정적이게 꿈꾸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와는 달리 본인이 그 꿈에 나아가는 데에 있어 확신에 차 보였다. 그들 앞에는 그 어떤 후회도, 한계도, 좌절도, 자책도, 두려움도 없어 보였다. 백상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TV 대상을 받은 박은빈도, 더 글로리로 TV 여자 조연상을 받은 임지연도, TV 여자예능상을 받은 이은지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수상소감을 듣고 나는 울컥할 수밖에 없었고 이유는 그들 앞에도 그 모든 것은 실재했기 때문이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우리는 어쩌면 모두 그런 불안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 같다. 특히 불안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그런 불안한 상태로 스스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산을 하나, 하나 넘기도 하지만 그러다 원치 않게 넘어지기도 하니 어쩌면 우리가 그런 불안한 상태로 사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신중하게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결국은 우리에게 자양분이 될 그런 것들이 아닐까?


두려워도 괜찮다. 하지만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다독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 상승을, 또 하강을 오르고 내릴 힘이 생길 테니까. 그리고 성취의 순간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무엇 땜에 슬픈 걸까. 사실은 두려움이 큰 거잖아.
- <사람 Pt.2 (feat. 아이유)> Agust D


우리는 결국 일어설 것이다. 믿어 의심치 말자. 그리고 잊지 말자.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당신이라는걸.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모든 예술인들께 진심으로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캄보디아의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