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나면서 일기예보를 체크하지도 못해 첫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짜증이나 화를 내기보다는 ‘역시 나야, 이래야 나지, 그래도 뭐 어때, 재밌잖아!‘ 하다 보니 어느새 비는 그쳤고 (’어느새‘라고 하기에는 저녁 8시에 그쳤다.)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이쁜 야경을 미치도록 이쁘다고 할 수 있었다.
비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1박2일 여행에서 비는 그렇게 반가운 존재는 아닌 게 맞다. 하지만 기차표도 숙소도 전날 예약해서 왔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어쩔 수 없다는 게 마음이 너무 편했다.
맞아, 다 어쩔 수 없었던 거였어.
내가 아프게 된 것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된 것도 다 어쩔 수 없었던 거였다. 괜찮다고 말해줄 걸 후회됐다. 뭐 아직 아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래서 또 다행이다. 괜찮아.
다음날 눈을 떴더니 이게 웬일. 하나님이 ’어제 너한테 보여준 건 아무것도 아니란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너한테 보여줄 건 앞으로도 너무 많단다.’
희망. 그게 뭘까 싶었다. 내가 가지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미래는 생각할 수 없는 나에게, 하루하루가 벅찬 나에게 희망이라는 건 그런 거였다.
근데 아닌가 보다. 나에게도 뭐가 좀 더 남아있나 보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감사하다. 이런 마음을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