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휴가차 한국에 들어오셨다. 4년 만에 보는 아빠는 늙어있었다.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그 품은 언제나 그랬듯이 따뜻했다. 행복하다는 말로는 다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아빠가 중국에 있을 때 전화로 눈물을 참으면서 나한테 했던 이야기가 있다. 내가 많이 아프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아빠가 내 옆에 있어준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빠가 내 옆에 있어주고 가족이 다 함께 있으니 안정을 찾았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아빠가 떠나고 난 후의 내가 더 걱정된다고 하셨다. 나도 걱정되긴 한다. 같이 있는데도 벌써 그리우니까. 하지만 바보같이 슬퍼할 시간이 없다.
아빠는 아침마다 역까지 나를 바래다준다. 길도 잘 모르지만 간판을 하나하나 외우며 역까지 간다. 아빠가 돌아가지 않고 머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큰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을, 또 그것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떨어져 있어야 하는 우리의 상황 때문에 더 아프고 힘들었던 것 같다. 외로웠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생 시절,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홍콩과 서울에 있었고 내 동생은 대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중국 북경과 서울에 있었다. 부모님은 계속 중국 천진에 계셨다.
어제는 아빠랑 바닥에 누워 이런저런 장난을 쳤다. 아빠가 내온 사과랑 딸기도 먹었다. 나는 애교가 많은 편이라 우리가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 동생이 살짝 질투를 했다. 그런 거 보면 정말 나 말고 내 동생에게도 아빠가 옆에 있어주고 가족이 다 함께 있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공항이 싫다. 이별은 무뎌지지 않는다. 매번 웃으며 보내줘야지 마음먹어도 울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돌아가야 하는 사람은 돌아가야 한다.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