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직업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빠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나에게 항상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를 물으셨던 것 같다. 나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기억이 거의 나지 않고 점점 멍청해져 가는 나. 뇌가 손상된 걸까. 하지만 MRI, MRA를 통해 여기저기 봐도 손상된 곳은 없다. 그럼 난 원래 기억을 잘 못하고 멍청했던 걸까. 내가 잘 한다고 믿었던 것들. 이제는 내가 뭘 할 수 있긴 한 건지 의문이다.
사실 지금 내가 이렇게 주절거리는 건 내가 쓴 대학시절 에세이들을 봤기 때문이다.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잘 썼더라. 여러 방송 큐시트며 비디오 스크립트며 그런 걸 읽는 영상 속의 나는 자신감 넘치고 활기 넘쳐 보였다. 발음 하나 틀리지 않았다.
기가 막히는 건 이게 불과 5년 전이라는 거다. 나는 이제 말도 더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남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더 모르겠다. 이해하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난 이제 대부분의 일에 노력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꿈꾸다가 문득 내가 꿈꾸는 모든 게 큰 욕심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남이 아닌 나 하나도 보살피기 힘든 상태니까. 그래서 하기 싫어졌는지도 모른다. 잘 하지 못할 바에는 안 하겠다는 마음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약에 절어 그냥 식탁 한편에 짐짝처럼 앉아 습관처럼 술이나 따르고 있는 내가 갑자기 살고 싶어질 일은 뭐가 있을까. 그냥 이렇게 나이가 들지는 않을까. 그럼 사는 게 사는 걸까. 죽는 게 나은 거 아닐까.
알겠다. 인정하면 되는 걸까? 나는 병신이다. 인정하고 나도 어릴 적 꾸던 거창한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을 테니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