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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an 29. 2023

악몽

꿈은 직업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빠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나에게 항상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를 물으셨던 것 같다. 나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기억이 거의 나지 않고 점점 멍청해져 가는 . 뇌가 손상된 걸까. 하지만 MRI, MRA를 통해 여기저기 봐도 손상된 곳은 없다. 그럼  원래 기억을  못하고 멍청했던 걸까. 내가  한다고 믿었던 것들. 이제는 내가    있긴  건지 의문이다.


사실 지금 내가 이렇게 주절거리는 건 내가 쓴 대학시절 에세이들을 봤기 때문이다.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잘 썼더라. 여러 방송 큐시트며 비디오 스크립트며 그런 걸 읽는 영상 속의 나는 자신감 넘치고 활기 넘쳐 보였다. 발음 하나 틀리지 않았다.


기가 막히는 건 이게 불과 5년 전이라는 거다. 나는 이제 말도 더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남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더 모르겠다. 이해하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난 이제 대부분의 일에 노력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꿈꾸다가 문득 내가 꿈꾸는 모든 게 큰 욕심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남이 아닌 나 하나도 보살피기 힘든 상태니까. 그래서 하기 싫어졌는지도 모른다. 잘 하지 못할 바에는 안 하겠다는 마음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약에 절어 그냥 식탁 한편에 짐짝처럼 앉아 습관처럼 술이나 따르고 있는 내가 갑자기 살고 싶어질 일은 뭐가 있을까. 그냥 이렇게 나이가 들지는 않을까. 그럼 사는 게 사는 걸까. 죽는 게 나은 거 아닐까.


알겠다. 인정하면 되는 걸까? 나는 병신이다. 인정하고 나도 어릴 적 꾸던 거창한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을 테니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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