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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Oct 31. 2021

의사 선생님께서 포기하셨다.

나는 우리 부서 국회 백팩팀 멤버 네 명 중 한 명이다. 국회 풀단과는 별개로 하루 종일 언제 있을지 모르는 라이브를 위해 대기한다. 그런 날이 많다 보니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기 힘들어 예약을 미루고 미뤘다. 의사 선생님께서 예약이 많으시기도 해서 내가 갈 수 있을 때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약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약을 받으러 가지 못해 제때 못 먹었다. 그럴 때마다 혼났다. 꾸준히 안 먹으면 효과가 없다고 하셨다. 더 신경 써서 받으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또 그랬다.


나아지고 싶은 거 맞아요? 지금의 상태가 익숙해서 나아지고 싶지 않은 거 아닌가 해서... 의지가 중요한데... 이렇게 오시면 도와드리기 힘들어요.


절망적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못 도와주시면 누가 날 도와줄 수 있는 걸까. 나는 내가 처음 내 아픔을 드러낸 선생님과 평생 가는 건 줄 알았다. 또 다른 의사 선생님께 드러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더 절망적이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예약이 더 많아지신 건지 다 차있다는 말을 몇 번 들었고 안되겠다 싶었다. 사실 카운터 보시는 분께 모르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뭘 모르겠다는 걸까. 날 받지 않겠다고 하신 건가 했다.


물론 의사 선생님께서 노력하신 것도 안다. 그런데 도와드리기 힘들다는 말은 하지 마시지 싶었다. 그게 아픈 사람한테 얼마나 절망적인 말인지 아실 텐데.


그렇게 나는 다른 의사 선생님께 치료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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