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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28. 2021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하기까지

약 털어먹은 걸 후회했지만 그 후로도 창문만 열었다가 발만 내디뎠다가 나중에는 난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입원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입원을 죽어도 못하겠으면 24시간 옆에 사람이 있는 환경에서 통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럴 여건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입원이라는 말을 듣고 질색팔색을 했다.


결국 마음은 먹었다. 어리석게도 나만 마음먹으면 입원을 어디서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수도권 입원실은 웬만하면 다 차있었다. 대기도 길었다. 개인병원은 좀 못 미더워서 대학병원만 찾아다니긴 했지만 나는 큰고모랑 진료의뢰서를 들고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외래도 몇 달씩 예약이 다 잡혀있는 데가 많아서 응급실을 통해 외래를 잡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들께서 모두 입원이 당장 필요하다고 하셨지만 자리가 없다고 하셨다.


병원을 전전하면서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매번 내 입으로 모르는 의사 선생님들께 내가 저지른 자살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응급실에서는 심지어 피 뽑고 수액 맞고 별 걸 다 했다. 그렇게 다 해도 자리가 없다고 하시는 말을 듣고 낙심한 채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나중에는 기도가 나오더라.


운 좋게도 입원은 서울성모병원에 하게 되었다. 다음 주에 한 달 동안 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면회도 일절 안되고 걱정되는 게 많지만 일단 살고 봐야겠다.


나도 나지만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운 열흘이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미안한 마음은 좀 내려놓기로 했다.


다행인 건 회사에 병가를 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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