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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19. 2021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1


12월 7일


큰고모랑 인사를 하자마자 간호사 선생님이 두꺼운 문짝 두 개를 지나 나를 병동으로 데리고 들어오셨어. 문이 너무 두꺼워서 다시는 나가지 못할 것 같더라... 사실 폐쇄에서는 핸드폰 소지가 불가하다는 걸 듣고 충격을 심하게 받았어. 오빠한테 말해줬어야 하는데 말도 못 했어. 기다릴 텐데... 걱정돼...


간호사 선생님이  푸르는  도와주셨어. 운동화도  때문에 안되고 공책도  스프링 때문에 안되고 뾰족한 펜도 안된대. 공책이랑 펜은 필요할  같아서  스프링을 하나하나 풀고 뭉툭한 볼펜을 빌려달라고 부탁드렸어.


같은 병실에는 다람쥐 할머니랑 고양이 언니가 있어. 처음 뵀을 때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어색해서 못 드렸어. 그래도 몇 시간 후에 먼저들 다가와 주셨어. 고양이 언니는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고 번역 일을 하고 있데. 내가 가져온 책들에 관심을 보였어. 여기 있는 동안 책을 많이 읽게 될 것 같아. 할 게 없데.


간호사 선생님이랑 의사 선생님이랑 각각 면담을 했어. 그만 울 법도 한데 또 울었어. 머리가 아팠어.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직 무서워. 누가 얼마나 이상한지 모르니까 아직 무서워. 나를 해치진 않을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병원 밥은 맛없어. 오빠랑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아 맞다, 대박인 게 이 안에 커플도 있다. 사랑의 힘이란... 보고 싶다. 이렇게 많이 보고 싶을 줄 몰랐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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