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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21. 2021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3


12월 9일


토끼 동생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 토끼 동생도 나처럼 가족들이 걱정해서 입원해 있는 거지 다시 사회로 돌아가서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죽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없애는 걸까? 잘 사는 건 바라지도 않고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엄청 우울해. 오빠 속상해할까 봐 우울하지 않은 척했어. 근데 오늘따라 엄청 우울해. 다 잘 흘러가겠지.


노을이 핑크색이더라. 이쁘더라. 보고 싶어 오빠. 아 맞다, 그 커플 말이야 콩가루 커플이었어. 여자는 동거남이 바람피운다고 착각하고 난동 피워서 경찰에 끌려 입원한 거였고 여기 와서도 들어오는 남자들마다 꼬리를 쳤다나 뭐라나. 근데 퇴원했거든 어제? 다시 동거남한테 돌아갔데... 와우! 사랑해 오빠.


12월 10일


심리 문답을 드디어 끝냈어. 수요일에 받았는데 거의 1000 문제라 오래 걸렸어. 집중이 안 돼서 힘들었어. 그래도 끝냈다!!!


내가 어제 자해를 했고 그런 나 자신을 탓했다고 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내가 나쁜 생각을 할 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탓하지 말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충분히 그럴만해.’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덜어낼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래. 그래도 내가 받아들이는 게 빨라서 의사 선생님은 날 믿는데. 오빠도 나 믿지? 오늘은 어제보다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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