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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25. 2021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6


12월 14일


요즘 강신주의 감정 수업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 불쾌한 감정도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는 지금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에 내일을 더 간절히 기다릴 수 있어 서래. 내일은 행복한 감정에 젖을 수도 있다는 마음, 이게 우리가 계속 살아가고 있는 힘이 된다는 거지. 나는 감정에 솔직한 편이지만 불쾌한 감정은 불쾌한 감정일 뿐 저렇게 긍정적이게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오빠는 감정에 솔직한 편이야?


다람쥐 할머니가 개방으로 넘어가시고 토끼 동생이 폐쇄로 다시 넘어왔어. 또 자해를 했데. 울었어. 다람쥐 할머니가 엄청 좋았거든. 쨌든 그래서 우리 방에는 이제 고양이 언니, 나, 토끼 동생, 강아지 동생이 있어. 근데 애들이 고양이 언니를 별로 안 좋아해. 망상을 해서 계속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 같아. 물론 작은 창으로 느끼는 거라 제대로 느낄 수는 없지만 그런 것 같아.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입고 다니지? 사랑해.


12월 15일


전화 2번에서 3번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자리가 나는 대로 개방으로 옮겨주신대. 역시 말 잘 듣는 건 내가 일등이야. 규칙적으로 약 먹고 자고 하니까 많이 안정된 것 같아. 물론 불안할 때도 있지만 자해는 안 하려고 해.


고양이 언니랑 싸웠어. 울었어. 울다가 공황이 왔어. 실수였고 사과도 했는데 끝까지 가더라. 힘들었어. 여기까지 와서 이래야 되나 싶었어. 그래도 오빠가 내 편 들어줘서 좀 풀렸어. 일찍 자야겠다.


아 맞다, 다람쥐 할머니가 돌아오셨어. 적응하기가 어려우셨데. 안아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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