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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28. 2021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9


12 21


여자 병실 하나를 남자 병실로 만들면서 우리 방 빈자리에 친해진 돌고래 동생이 들어왔어. 돌고래 동생은 17살인데 공부를 엄청 많이 해.


나무늘보 오빠랑 폐쇄에서 방 같이 쓴 고양이 언니가 개방으로 넘어왔어. 고양이 언니랑 그때 싸워서 좀 어색해. 나무늘보 오빠하고 하루 종일 장난쳤어.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장난치면 재밌어. 오빠 사진 보여줬더니 아빠냐고 그러더라ㅋㅋㅋ 오빠 의문의 일패ㅋㅋㅋ 사랑해 아주 많이.


12월 22일


친해진 기린 친구랑 카멜레온 동생이 퇴원했어. 밝게 나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다시 사회로 돌아갔을 때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애들은 크리스마스를 밖에서 보내. 너무 부러워. 오빠한테도 미안해. 2년 만에 솔탈했는데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야 한다니... 미안해. 우리는 병동에서 케이크 먹기로 했어. 오빠는 뭐 할 거야?


토끼 동생이 개방으로 다시 넘어왔어. 기분이 너무 좋아.


곰 오빠라고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자기 주변에 어떤 사람이 곰 오빠가 아프다고 하니까 그 나이에는 철도 씹어먹을 나이라면서 몸이 안 피곤해서 쓸데없는 생각하는 거라고 태극권을 배워보라고 했데. 우리 다 그런 말 한 번쯤은 들어봤다고 막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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