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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29. 2021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10


12월 23일


다시 많이 안정된 것 같아. 불안할 때도 없어. 의사 선생님이 퇴원 얘기를 꺼내셨어. 기분이 너무 너무 너무 좋아. 다음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퇴원하라고 하셨어 물론 그때까지 지금처럼 안정되어 있다는 조건 하에. 원래는 다음 주 중에 하자고만 하셨는데 다음 주 수요일부터 매주 코로나 검사를 환자 본인 부담으로 (11만 원) 해야 된대. 그래서 그전에 나가라는 것 같아. 어차피 다음 주 중에 할 거였으니까. 화요일날 퇴원하려구. 그럼 딱 3주 채우는 거야. 막상 5일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시원섭섭하다. 의사 선생님께 편지를 써야겠어. 감사하다고 말이야. 나가면 제일 하고 싶은 건 오빠 보는 거! 오빠두지?


금주 수업을 들었어. 이번 수업에서는 술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 거절하는 법도 연습했어. 나한테 완전 필요한 연습이었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 보고 싶다 많이 많이 많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야!! 눈은 그친 것 같아. 병원에서 선물을 줬어. 수건에 귀여운 트리랑 루돌프랑 산타가 박혀져 있더라. 나무늘보 오빠 어머니께서 케이크도 사 오셔서 다 같이 맛있게 먹었어.


화요일날 퇴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체온이랑 간 수치랑 염증 수치가 올라가서 의사 선생님이 늦춰야 할 것 같다고 하셨어.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근데 정신과에서 체온이랑 간 수치랑 염증 수치 올라간 걸 왤케 신경 쓰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수요일날 퇴원하는 쪽으로 밀어볼 생각이야.


피아노를 오랜만에 쳤어. 손가락이 많이 굳었더라. 피아노를 계속 치고싶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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