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Dec 31. 2021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12


12월 27일


백혈구 수치도 내려갔데. 많이 낮데. 참 가지가지 한다. 총체적 난국이야. 수요일에도 퇴원 못할 듯. 사실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큰 고모가 간식거리를 또 한 보따리 사 왔어. 도미노 피자랑 스타벅스 라임 패션티까지... 밖에서는 햄버거, 치킨, 피자 잘 안 먹었던 것 같은데 안에서는 왤케 땡기는지...


일단 약을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어. 전신 CT를 찍었어. CT를 찍으러 별관에서 본관으로 넘어가는데 진짜 춥더라. 밖에 달리는 차들이 보이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울뻔했어.


38.5도를 찍었어. 울었어. 울다가 공황이 왔어. 하도 우니까 안정제 맞았어.


12월 28일


어제 자다가 닭에 쪼이는 꿈을 꿨는데 닭을 피하려다가 그만 침대에서 떨어져 버렸지 뭐야. 넘어질 때 이로 잇몸을 찍었는지 피가 나더라. 낙상 주의 팔찌를 끼게 됐어.


돌고래 동생이 폐쇄로 넘어갔어. 또 자해를 해서.


CT 결과 기쿠치 병이래. 조직구 괴사성 림프절염. 어쩐지 난 그냥 잠을 잘못 잤다고 생각했는데 목 부위의 림프절이 계속 붓고 처음에는 한쪽만 그랬는데 나중에는 반대쪽도 그러더라구. 간염이랑 방광염도 의심했는데 아니래. 기쿠치 병이라니.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병이다. 하필 퇴원 전에 기쿠치 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거야? 운 더럽게 안 좋은 거 맞지? 병원에서 걸렸으니 운이 더럽게 좋은 건가?


또 38.5도를 찍었어. 매일 죽다 살아났다 죽다 살아났다 하는 느낌이야. 그래도 기쿠치 병은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되는 병이래. 수치들 회복되는 대로 퇴원할 듯. 이번 주 말에서 다음 주 초쯤?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