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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an 03.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15


1월 1일


아침부터 2021년 달력을 떼고 2022년 달력을 달았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지고 어제 대체 누가 삶을 등지려고 했냐는 듯이 웃음꽃이 피어났어. 시작, 출발 이런 것들이 참 생각보다 큰 힘을 갖고 있나 봐.


사슴 동생이 퇴원했어. 이제 친한 사람들은 다 퇴원했고 나만 남았어. 나도 곧 나갈 거니까! 마음을 다독여본다...


엄마랑 동생이 다녀갔어. 얼마 만에 가족 상봉인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는데 애틋하더라. 엄마는 몇 년 만에 보는데 어제 본 거 같았어. 보고 싶었던 만큼 보고 싶었던 걸 다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행복했어. 아프면서 많이 느꼈어. 제일 어렵고 힘들 때 결국은 가족이구나.


작은 연주회를 열었어. 젊은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어르신들께 피아노를 쳐드렸어. 박수를 받았어. 큰일 났다. 내일은 뭐 하지?


1월 2일


백혈구 수치가 올라오고 있데. 빨리 오늘이 지나가고 내일이 와서 퇴원 날짜를 정해주면 좋겠다. 나가면 필라테스도 하고 축구도 할 거야.


아 그리구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려고 해. 필카!! 미놀타 미니 샀어. 날 위한 선물!! 비싸긴 한데 날 위한 선물이니까!!


병원에 있으면서 책을 좀 읽었더니 책 욕심도 생겼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도 사고 싶고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도 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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