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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an 04.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 1


1월 3일


드디어 퇴원 날짜가 잡혔어!! 내일!! 백혈구 수치가 정상으로 올라왔데. 딱 하나! 주말에 좀 불안해서 불안할 때 먹는 추가 약을 먹었는데 잘 안 들어서 그거만 좀 바꿀 것 같아.


좋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을 만나 잘 회복하고 나가네. 좋은 친구들도 만났어. 웃고 울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내 삶에도 긴 겨울 끝에 봄이 오는 것 같아.


오늘로서 이 편지도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은 잠시 내려놓고 제3자 입장에서 멀리 떨어져서 현재에 충실해 보기! 애쓰고 있는 나 자신을 다독여 보기!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한 번 해낸 기억으로 더 많은 걸 해낼 수 있길 바래본다. 사랑해.


P.S.


혹시나 궁금할까 봐 물어보진 않았지만 서울 성모병원 정신과 병동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게. 여기는 폐쇄와 개방 병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간호사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마주 보고 있어. 폐쇄에는 3개의 (2개 여자, 1개 남자) 4인실 병실이 있고 개방에는 5개의 (3개 여자, 2개 남자) 4인실 병실이 있어.


폐쇄와 개방 중 어디서 지낼지는 자살, 자해 충동이 기준이 되는 거 같아. 자살, 자해 충동이 심하면 처음부터 폐쇄로 들어오고 좀 덜 하면 처음부터 개방으로 들어와. 각각 독실도 있어. 자살, 자해 시도를 하면 독실에 2시간 갇히고 2번 하면 4시간 갇혀. 개방에서 그러면 갇힌 후 폐쇄로 가. 그래서 개방에서 폐쇄로, 상태가 호전되면 폐쇄에서 개방으로 많이들 왔다 갔다 해.


아침 식사 후, 점심 식사 후, 저녁 식사 후, 취침 전으로 본인한테 필요한 약을 먹고 그래도 중간중간 불안하면 추가 약을 먹기도 주사를 맞기도 해. 처음에는 근육주사 그래도 불안하면 정맥주사.


매일 담당의 선생님이 면담을 도시고 그때 이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매일 주치의 선생님이 담당의 선생님이랑 같이 회진을 도시고 그때 이제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대회진을 도는데 그때는 이제 교수님이 모든 전공의 선생님들이랑 같이 회진을 도셔. 그때는 별거 안 해.


여기는 재입원이 많아. 하지만 나는 재입원은 하지 않는 걸로. 병동 생활 끝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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