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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an 05. 2022

자해

내가 자해를 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머리를 벽에 박아대고 뺨을 때리던 기억이 나긴 한다.


칼이나 가위로 손목을 그어보려 하기 시작했다. 전전 남자친구가 보고 말렸다. 집에 칼이란 칼은 가위란 가위는 다 치워버렸다.


손톱으로 손목을 긋기 시작했다. 따갑고 아렸다. 그렇게 하면 잠시 감정이 사그라들지만 그것도 잠시일  그렇게 한다고 변하는  하나도 없다. 변하는  있다는  말이  되지 않나. 뾰족한 펜을 들고 칼을 들고 가위를 들고 결국 그랬다.


습관이 무서운 거라고... 맞다... 습관이 무섭다... 자해는 습관이다. 그것도 아주 중독적인 습관이다. 이제 몸에 멍 하나 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어디 금이라도 안 가 있나 모르겠다.


어떻게 자해를 안 하나요?


어떻게 자해를 하는지를 알려주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어떻게 자해를 안 하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이 악물고 참자. 이 악물어도 안 될 때는 무조건 걷자, 찬물을 마시자, 찬물로 세수를 하자, 찬물로 샤워를 하자, 얼음을 만지고 쪼개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나중에는 참은 기억으로 또 참고 참아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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