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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13. 2021

조울증이라니

심장이 미칠 듯이 빨리 뛰다 못해 숨이 안 쉬어져 질식할 것만 같았고 그러다 기절했다. 내가 우울할 때마다 하도 나쁜 생각을 많이 해서 하늘이 벌하시려나 보다, 너무 무서웠다. 올해 들어 처음 그랬고 세 번 정도 띄엄띄엄 그러다 최근 일주일 동안은 매일 그랬다. 잠은 평균 세 시간 정도 잤고 그마저도 중간에 잘 깼으며 한숨도 자지 못한 날도 많았다. 우울증이 있는 거 같다고는 스스로 느꼈지만 마음은 둘째 치고 몸이 이상하니 병원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진짜 나아질까? 마음의 병은 계속 돌아오는 거라던데...


사실 병원에 가기까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결심하고도  발이 정신과 앞까지 가는 데에 오래 걸렸다. 들어가면서도 혹시나 누가  보지는 않을까 사람들 눈치를 보며 들어갔다. 아플  치료받는  이상한  아닌데  이상할 노릇이다. 상담은  시간 정도 진행됐고 의사 선생님께서 상담 전에 작성했던 문답지를 보시면서 나에 대해 천천히 하나하나 물으셨다.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나에 대해 이야기를   있을까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편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최근 심해진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울할 때마다 자살 충동은 원래 있었는데 자해 충동이 새로 생겼다고 말씀드렸다.  몸에 손대는  그렇게 싫어하는 내가 말이다.


확실하게 알게 된 건 마음의 병은 무드 싸이클에 맞춰 계속 돌아오는 거기 때문에 오히려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지 알아야 한다는 것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조울증, 양극성 장애 II형을 진단받았다. 공황장애, 수면장애, 알코올 중독도 있다고 하셨다. 놀랐던 건 나는 나한테 우울증만 있는 줄 알았는데 조증도 있다는 것이었다. 약까지 먹어야 되나 생각했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약 먹으면서 치료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약도 받아왔다.


그러고 보니, 난 참 스스로를 돌볼 줄 몰랐다. 평소에 감기에 걸려도 약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고되게 앓고 이겨내던 사람이다 보니, 마음에는 더 소홀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알고도 모른척하려고 했다. 감기를 고되게 앓고 이겨낼 수 있듯이 마음도 언젠가 그냥 자연치유되겠거니 했다. 그런데 아니었고 결국 상태가 심해질 때까지 방치한 꼴이 됐다.


병원에 다녀오니 속이 좀 시원하다. 생각보다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예약을 잡기가 그렇게 어렵더라. 예약이라고 하기도 뭐 했다. 그냥 비어있는 진료 시간에 가야 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나 보다. 안 그래도 아파할 자격도 없는데 유독 약해빠졌다고 자책하던 내가 유독 약해빠진 건 아니라는 게 위안 아닌 위안이 됐다.


이 아이와 잘 지내보려고 한다. 잘 지내다 보면 영원히 안녕을 고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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