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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03. 2022

그 단단한 마음은 이미 나의 편이다.

수중 촬영의 목적도 있었지만 물을 좋아해서 취미의 목적으로도 꼭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고 싶었다. 계획이 잡히고 막상 날이 다가오니 물속에서 공황이 오면 어쩌나 걱정되긴 했다.


역시나  바다 다이빙에서 공황이 왔다. 물속에 갇힌 느낌이 불안감을 극대화했고 호흡 곤란이  나는 그날 결국  교육을 받을  없었다.  배우고 싶었기에 속상하고 힘들었다. 점점 내가   있는 것들이 없어지는  같았다. 바보같이 울었다.


바다 다이빙을 네 번을 해야 오픈워터 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 네 번을 할 수 있을까,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오기가 생겼다. 이번에는 내가 이겨보고 싶었다. 지는 거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서귀포항 수심 7미터까지. 세 번째는 문섬 수심 14미터까지. 천천히, 천천히 숨을 길게 그리고 깊게 내쉬면서. 물고기들과 산호초들이 춤추며 반겨줬다. 너무 아름다웠다.


해냈다.


네 번째는 사수항 수심 5.5미터까지 들어갔는데 날씨도 안 좋았을뿐더러 모래 바닥이어서 시야가 정말 좁았다. 또 공황이 왔다. 일단 수면으로 올라왔다. 공황이 안 오지는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고 침착함을 찾고 유지하려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다. 다시 들어갔다.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지만 난 그렇게 오픈워터 자격증을 땄다.


문득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다시 또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잘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많은 일들을 이겨낸 만큼 나에겐 아직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나는 사실 알고 있다. 그리고 보여줘야 할 이 시점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보여줬다. 해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힘내. 할 수 있어. 그런데 과연 우린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는 말이 힘내라는 말이 오히려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못해도 되고, 실패해도 괜찮은 세상을 우린 아직 배운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봅시다. 최선은 다해봅시다. 다만 바랍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은 이미 우리의 편이길.
- <스물다섯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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