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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16. 2022

나는 어제 또 나를 죽이려 했다.

사실 요즘 조울증과 공황장애가 다시 심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의 크고 작은 외부적 자극들. 그것들에서 오는 불안감. 그중에서도 최근 가족들의 이런저런 아픔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나는 가족들의 아픔에 유난히 나 자신을 자책한다. 다 나 때문인 것 같다. 내 일 아닌 듯 내 탓하지 않으며 무시하고 싶었다. 근데 그런 척을 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척을 한 것일 뿐 나는 사실 가족들의 아픔에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5일 전에도 4일 전에도 2주치 정신과 약을 다 털어먹어버렸다. 근데 또 못 죽었다. 위가 아파서 계속 토만 했다. 비틀대면서 똑바로 걷지를 못했다. 코끼리 코 돈 사람처럼. 남은 건 비틀대다가 여기저기 부딪혀서 난 멍 정도? 근데 내성이 생긴 건지 위도 저번처럼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


약을 다 털어먹고도 못 죽으니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수십 가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결국 나는 어제 목을 졸랐다. 엄마가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하고 문을 안 열었다면 죽어있었을 수도 있겠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발악을 했다. 그대로 두면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서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 대기 중에 이상한 폭력성을 느꼈다. 옆에 물건들을 다 부숴버리고 싶었다. 아무한테나 욕하고 싶었다.


혼란스럽지? 얼마나 힘들었겠어.


선생님께서 죽고 싶은 마음뿐만은 아니라고 살고 싶은 마음과 죽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게 충돌해서라고. 내가 온전한 걸까 내가 미친 걸까라는 생각이 너무 크게 충돌해서라고. 선생님께서 양가적 감정이라고 하셨다. 펑펑 울었다.


선생님께서 내가 극도로 불안해 보인다고 하셨다. 그런데 불안감은 건강한 감정이라고 하셨다. 나를 보호하려는데 서로부터 오는 건강한 감정이라고. 그런데 불안감을 겪는다고 해도 그 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 않냐고 물으셨다. 맞다. 불안감은 지나가는 감정일 뿐이다. 선생님께서 극도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공황이 오는 게 너무 무섭다고 했다. 심장이 미칠 듯이 빨리 뛰다 못해 숨이 안 쉬어져 질식할 것만 같다고. 그런데 선생님께서 공황도 내 몸에 신체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숨을 쉬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하셨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야. 너가 죽지 않는 거야.


선생님께서 자해 충동이 들면 무조건 걸으라고, 찬물을 마시라고, 찬물로 세수를 하라고, 찬물로 샤워를 하라고, 얼음을 만지고 쪼개라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자살 충동이 들면 자살시도를 하기 전에 응급실로 오라고 하셨다. 자살시도를 하다가 실수로 죽게 될 수도 있다고. 그런 실수는 일어나면 안 되니 하기 전에 응급실로 오라고 하셨다.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왔으니 저번처럼 바로 고위험으로 분류돼서 입원 리스트에 올라가는 게 정상이지만 일을 그만 둘 생각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일을 정말 그만두게 된다면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입원은 보류됐다.


선생님께서 내가 많이 자책하는  내가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어서라고 하셨다. 다만 그게 너를 갉아먹게 두지 말라고. 남도 소중하지만 내가  소중하다고 하셨다.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라고 하셨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겠지만 잘 버텨줘서 고마워. 십 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해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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