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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02.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2

6월 1일


아빠, 엄마. 아침에 출근시간이 다가오면 싱숭생숭해져. 티비에 나오는 뉴스도 내가 마치 인생의 패배자라고 손가락질하는 거 같아. 막 티비를 부숴버리고 싶다니까. 왜 남들은 멀쩡히 출근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할까. 왜 나는 멀쩡히 출근하지 못하고 병원에 이렇게 있어야 하지? 그러고 나니 너무 억울한 거야. 왜 나만 마음이 아픈 건지. 나는 열심히만 살았는데 왜! 아직도 사실 내가 아픈 걸 인정을 못하겠어. 그냥 억울하고 또 억울해. 결국 울고 또 울어서 안정제를 맞았어. 나는 왜 인정을 못하지?


인정을 못하는 데에 이유는 없어.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마. 그냥 그런 거다. 그럴 수 있는 거다. 당연한 거다.


나는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기준치가 높은 사람인 것 같아. 비교는 나쁜 게 아니래. 다만 내가 ‘그만큼 못할 수도 있구나. 그래도 괜찮구나’ 그걸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데.


나는 네가 평균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평균 이하로 생각하잖아? 이래도 저래도 괜찮아. 부족하면 좀 어때. 패배하면 좀 어때.


딴 생각을 좀 덜 수 있게 운동을 하면서 티비에 나오는 뉴스를 보면, '아, 뉴스를 보면서도 잘 지낼 수 있구나,' 나의 예민했던 감각들을 서서히 탈피하면 된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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