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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03.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3

6월 2일


아빠, 엄마. 우리 뇌는 세 명 이상의 관계를 가지면 피로감을 느낀데.


사람은 변한데. 20년 동안 진짜 친했던 친구와 갑자기 멀어져서 결혼식 청첩장은 안 보낼 수 있는 거고 20년 전에 진짜 안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와 갑자기 가까워져서 결혼식 청첩장을 보낼 수 있는 거라고. 인간관계는 늘 변하는 거래. 이걸 알면 공허함과 실망감을 덜 느낄 수 있데.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 많이 휘둘렸잖아. 바보같이. 내가 버려지는 거라고 생각해서.


내가 중심으로 삼아야 하는 인간관계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뿐이래. 제일 힘든 순간에 그게 언제든 나를 지켜주고 내게 살아가는 힘을 줄 거라는 거야.


솔직히 의지를 못하겠다고 했어. 그랬더니 그러시더라. 나를 엄청 사랑하신다고. 혼자 알아서 잘 해서 놓친 것일 뿐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아픈 걸 숨겨야 하나요?


연애 이야기를 하자면 아픈  숨기는  말이 되냐고 하셨어. 그리고 힘들어하는   사람 몫이래. 그니까 상대방이 힘들어한다고 자책하지 말래.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만나는 남자가  여자가 너무 많은 시선을 끌어서 힘들어한다고 해서  여자가 자책을 해야 될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힘들어하는   사람 몫이었던  맞아. 누군가는 분명 지켜봐주는  마치 별거 아니듯이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하셨어.


연애를 제외한 인간관계 이야기를 하자면 장난인 걸 알면 아무리 상처받았어도 장난인 걸로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 장난이 아니라 상처를 주려고 마음먹고 준 걸 알면 그렇게 배려 없는 관계는 정리하면 되는 관계라고 하셨어. 그리고 뭐든 고민과 상상을 보태지 않고 그대로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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