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Jun 04.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4

6월 3일


아빠, 엄마.   불효녀야.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해를 했어. 머리랑 팔을 대리석에 계속 박아댔어. 멍이랑 피투성이야. 담당의 선생님이랑 병원에 있을 때만큼은 자해는  하기로 약속했는데 약속  지켰어. 독방으로 끌려갔어. 발악을 했더니 안정제를 놔주더라. 선생님이  번만  그러면 폐쇄로 보낼 거라고 했어. 사실 나는 폐쇄도 상관없어. 아예 외부랑 차단되어 있는  편해. 일단 당분간은 개방에서 핸드폰 압수.


솔직히 어제 엄마랑 통화하고 나서 많이 힘들었어. 엄마가 너무 많이 힘들다고 나 없으니까 숨통이 트인다며 용건이 있을 때만 연락하라는 그 말이 그냥 날 여기에 버려두고 간 느낌이었어.


담당의 선생님이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걸까?,' 등의 고민과 상상은 접어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당분간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어. 용건만 간단히 하라고 하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드리라고.


어쩌다 강아지 동생 소식을 들었는데 타이레놀 백몇십 개 먹고 간 이식했데. 죽을 수도 있었데. 나는 약물 과다 복용도 정신과에서 처방해 주는 약들로만 해봤는데 타이레놀 과다 복용하면 간경화가 온다네? 지금 충동이 커서 그런가 나가자마자 타이레놀 사서 모을 것만 같아.


자해하기 전에 추가 약도 두 번이나 먹고 얼음도 달라고 하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고생했어. 근데 넌 우리가 살릴 거야. 타이레놀 과다 복용해도 우리가 살릴 거야. 살 생각만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