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아빠, 엄마. 난 참 불효녀야.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해를 했어. 머리랑 팔을 대리석에 계속 박아댔어. 멍이랑 피투성이야. 담당의 선생님이랑 병원에 있을 때만큼은 자해는 안 하기로 약속했는데 약속 못 지켰어. 독방으로 끌려갔어. 발악을 했더니 안정제를 놔주더라. 선생님이 한 번만 더 그러면 폐쇄로 보낼 거라고 했어. 사실 나는 폐쇄도 상관없어. 아예 외부랑 차단되어 있는 게 편해. 일단 당분간은 개방에서 핸드폰 압수.
솔직히 어제 엄마랑 통화하고 나서 많이 힘들었어. 엄마가 너무 많이 힘들다고 나 없으니까 숨통이 트인다며 용건이 있을 때만 연락하라는 그 말이 그냥 날 여기에 버려두고 간 느낌이었어.
담당의 선생님이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걸까?,' 등의 고민과 상상은 접어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당분간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어. 용건만 간단히 하라고 하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 드리라고.
어쩌다 강아지 동생 소식을 들었는데 타이레놀 백몇십 개 먹고 간 이식했데. 죽을 수도 있었데. 나는 약물 과다 복용도 정신과에서 처방해 주는 약들로만 해봤는데 타이레놀 과다 복용하면 간경화가 온다네? 지금 충동이 커서 그런가 나가자마자 타이레놀 사서 모을 것만 같아.
자해하기 전에 추가 약도 두 번이나 먹고 얼음도 달라고 하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고생했어. 근데 넌 우리가 살릴 거야. 타이레놀 과다 복용해도 우리가 살릴 거야. 살 생각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