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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n 05.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5

6월 4일


아빠, 엄마. 저번 입원 때 만나서 친해진 친구들 중에 돌고래 동생이랑 병아리 동생이 재입원을 하고 있어서 같이 있는데 돌고래 동생 결국 자퇴했데. 검정고시 볼 생각이래. 공부를 엄청 많이 하고 잘 하던 앤데... 근데 아프니까 학교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나 봐. 내가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워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 거 같아. 사실 나도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은 아직도 많아.


통번역대학원 가서 석사 학위를 따고 의료, 법률, 국방, 안보, 과학, 기술, 국제회의 등 전문 통번역 하는 일에 조금 관심이 가기도 해. 특히 뉴스에서 외국 방송을 즉각 직역해야 할 때 나도 안현모와 마찬가지로 기자 경력이 있으니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거 같아. 무엇보다 프리랜서로 일하니 내가 아프면 쉴 수 있다는 점이 지금 나한테는 매력적으로 다가와. 하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취재하는 것보다는 아니야.


돌고래 동생은 3번째 입원인데 병아리 동생은 12번째 입원이야. 둘 다 너무 귀엽고 착해. 그리고 둘 다 의료진이 꿈이야. 아는 사람이 있어서 세상 편하네. 고민도 나눌 수 있고.


엄마, 엄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내가 자해를 한 건 내가 충동을 못 이겨낸 결과고 온전히 내 탓이야. 마치 엄마 때문에 내가 자해를 했다고 오해할 만하게 말한 거 죄송해요. 많이 힘들긴 했지만 엄마 탓 안 해. 나약하고 통제 불가능한 나를 탓해. 내가 얼마나 엄마를 힘들게 했으면 엄마가 그렇게 말했을까 싶어. 그리고 어쩌면 엄마는 쉬고 싶다는 거였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 같아. 죄송해요. 많이 사랑해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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