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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30.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6

6월 5일


아빠, 엄마. 뭔가 뿌리를 뽑아야 해결이 날것 같았단 말이야. 근데 그게 아니래. 뿌리를 뽑지 않아도 이미 겪은 일이고 그 겪은 일을 내가 너무 힘들지 않게 흘려보내자는 거지. 나 사실 저녁에 환자복으로 목을 졸랐어. 간호사 선생님이 발견해서 독방으로 끌려갔어. 주사 안 놔준다고 충동 버텨보라고 해서 두 시간을 이 악물고 버텼어. 근데 나 진짜 아무것에도 미련이 없어. 마침표를 찍고 싶어.


6월 6일


아빠, 엄마. 요즘에 내가 되게 일찍 일어나. 근데 아침 시간이 너무 힘들어. 출근 시간이라 그런가 봐. 회사 다닐 때나 좀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나 사실 아침에 어제 저녁이랑 똑같이 환자복으로 목을 졸랐어. 이제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그런 거니 폐쇄로 가는 게 맞는데 오늘 현충일이고 주치의, 담당의 선생님 다 안 계셔서 결정을 못 내린데. 내일 결정 날 것 같아. 목에 멍들었어.


독방으로 끌려갔는데 원래는 주사 없이 네 시간 충동 버텨보는 건데 진짜 폐쇄로 가려는지 오늘 그냥 자래. 난 솔직히 독방이 싫어. 혼자 있어야 되고 무서워. 간호사 선생님이 죽으러 왔냐고 도와주려는데 왜 계속 죽으려고만 하냐고 그랬어. 담당의 선생님이랑 빨리 상담하고 싶어. 주말 껴서 3일이나 상담 못했어. 주사는 습관들이면 안돼서 안주는 거래.


그 와중에 16살짜리가 나 보는 앞에서 자해를 하길래 간호사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독방으로 끌려갔거든. 근데 그 안에서 난동 피워서 강박 당했나 봐. 두 시간 채우고 나오는데 나를 보면서 씩 웃더라. 섬뜩해서 문 다 잠그고 방으로 들어왔어. 날 헤치진 않겠지?


6월 7일


아빠, 엄마. 결국 폐쇄로 왔어. 토끼 동생도 지금 재입원해서 같이 있는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너무너무 좋았어. 오늘 드디어 주치의, 담당의 선생님들이랑 면담을 할 수 있었는데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해주셨어. 그래도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셨어.


지금 담당의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하면 내가 복잡한 고민과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질까를 함께 찾아주셔. 예를 들어, 어제 그 애가 ‘나를 보면서 씩 웃었다’가 그냥 객관적인 사실이고 그 후에 내가 상상해서 ‘헤칠 거 같다’까지 가니까 그러지 말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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