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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31.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7

6월 8일


아빠, 엄마. 오늘은 둘 다 너무 보고 싶다. 딸이 지금 얼마나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지 알아요.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치료에 전념하는 거 같아요. 오늘은 기분이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담당의 선생님이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기분이 좋을 때도 있다는 걸 경험한 거라고 여기서 중요한 건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기분이 좋을 때가 다시 온다고 생각하고 잘 지내면 된다고.


폐쇄에서 만난 거북이 동생에 대해 말해줄게. 거북이 동생은 남자고 17살이야. 환청이 들린데. 근데 그 상대와 연인 관계라고 착각하고 있어. 안타까웠던 게 자기도 이제는 환청인 걸 아는데 자기한테 친절한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어서 환청이 사라지는 게 무섭데. 친구가 없데. 그래서 내가 좀 오지랖 부려서 계속 끼워서 같이 놀자고 해. 현실에 진짜 친구가 생기면 좀 나을까 싶어서.


코알라 동생에 대해서도 말해줄게. 코알라 동생은 여자고 16살이야. 내가 간호사 선생님한테 자해하는 걸 말해서 독방에 갔던 그 친구야. 막 남의 간식을 훔쳐 먹어. 내가 보다 보다 안되겠어서 내 간식 나눠줬어. 절대 남의 간식을 훔쳐 먹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아놨어. 근데 코알라 동생도 마음이 아픈 게 어렸을 때부터 가정폭력, 친족 성폭력을 당했데. 지금은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외할머니랑 산데. 나를 헤칠 것만 같았던 친구와 친해져서 얻은 교훈은 내가 100가지의 걱정을 100가지 다 한다는 거야. 담당의 선생님이 하나만 해도 된다고 하셨어. 현재에 집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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