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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03.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8

6월 9일


아빠, 엄마. 새벽에 깼는데 자해 충동이 엄청 커서 싸이클링 탔더니 자해 충동 줄어서 추가 약 안 먹고 잤어. 담당의 선생님이 잘 참았다고 칭찬해 주셨어.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이건 어쩌죠 저건 어쩌죠 이러니까 그냥 이랬구나 저랬구나 하고 말래. 아무 일도 없을 거고 아무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지 않냐고. 생각을 하지 말래. 특히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아, 내가 좀 부정적이네? 긍정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볼까?’ 하래.


하루종일 자해 충동이 엄청 컸는데 싸이클링 타고 책도 읽고 글도 썼는데도 힘들었어.


6월 10일


아빠, 엄마. 어제 저녁에 결국 일 치르기 전에 추가 약 먹고 독방에 강박해달라고 했어.


아침에 담담의 선생님에 어제 왜 이렇게 힘들어했냐고 물어보셨어.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했어. 죽고 싶은데 뭐 하러 치료를 받나, 치료를 받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결국 나는 나인 거 같고 변하지 못할 거 같고.


담당의 선생님이 잘 하려고,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래. 긴 싸움이 될 테지만 결국 자유로워질 거래. 그런 이유로 죽을 생각하지 말라고.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 괴리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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