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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09. 2022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편지 2-12

6월 19일


아빠, 엄마. 저번에도 썼었던 거 같은데 주말에는 선생님들이 안 계셔서 더 심심해. 근데 나 오늘 좀 이상해.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비틀대고, 귀가 비행기 이착륙할 때처럼 계속 먹먹해. 나 말고도 몇몇 애들이 그런다더라. 어떤 애들은 시야도 흐릿하다고 하더라.


오늘 감사에 대해서 좀 생각해 봤어. 엄마랑 통화하면서 생각해 보니 진짜 감사할게 많은데.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안 보이기도 보여도 모른 척할 때도 많았더라. 그래도 항상 감사하다고 아빠, 엄마 탓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


우울증에서 탈출하는 제일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자주 감사하는 거래. 주변을 돌러보고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래. 그리고 그 감사함을 타인들과 나누래.


요즘 나비 동생한테 많은 의지를 하고 있어. 배려심이 많은 동생이야. 내가 놓치는 걸 나비 동생이 챙기고 반대로 나비 동생이 놓치는 걸 내가 챙기고. 죽이 잘 맞아. 나비 동생이 어제 내가 약 기운에 책을 들고 자는 걸 보고 책도 덮어주고 보조 등도 꺼주고 사랑한다고 해줬데. 물론 내 기억엔 없지만 날 좋아해 주는 여자 사람 친구가 있다는 게 신기해. 여자 사람 친구가 없잖아. 나는 앞으로도 없을 줄 알았어. ‘아, 나도 여자 사람 친구가 있을 수도 있구나’. 이걸 깨닫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어쩌면 벽은 나 혼자 쌓은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인생네컷 같은 거 한 번도 안 찍어 봤다고 하니까 어디 놀러 갈 때마다 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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