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아빠, 엄마. 담당의 선생님께 여쭤봤어. ‘나도 우울해’,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나도 정신과 가면 우울증 진단받을걸?’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도 주변 사람들도 겪는 아픔과 힘듦이 있을 텐데 나만 왜 조울증까지 온 건지 궁금하더라고.
그랬더니 담당의 선생님이 사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건 우울감이래. 단순한 우울감과 우울증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척도는 환경 변화로 인해 증상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하는 거래. 예를 들어 학교나 회사에서 불안하고 우울하다가도 집에 돌아오거나, 친구를 만나서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이를 잊을 수 있고 기분이 나아진다면 단순한 우울감이라고. 하지만 그 상황을 벗어나고 다른 일을 해도 심적으로 계속 불안하거나 우울하다면 우울증이라는 거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인정을 못 한데. 그런데 우울증은 아프다는 걸 인정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이래.
소 할머니가 오늘 갑자기 불만과 화로 가득 찬 마음을 차라리 잘 살아내는 데 써야겠다고 하시는거야. 역시 사람은 마음은 바뀌는 거더라고. 또 바뀔 수도 있지만 놀랐어.
그런데 저녁 늦게 방에 응급 입원 환자가 두 명이나 들어왔어. 무서워 죽겠더라. 그래서 간호사 스테이션 바로 앞에서 소파 두 개 붙여서 잤어. 담당의 선생님도 당분간 그러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 다행히 소파가 푹신해서 괜찮아.
6월 23일
아빠, 엄마. 담당의 선생님이 오늘부터 일주일 사이에 사고 안 치면 개방 보내줄 거래. 이번에는 담당의 선생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려고. 내 병에 대해서 얘기를 좀 했어. 내가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데. 그런데 그중에서 제일 말해주고 싶었던 건 내가 똑똑해서 대부분 인식하고 있고 인식 못 하는 부분은 선생님이 바꾸려고 도와주시면 습득은 하는데 가끔은 그 동굴로 그냥 다시 들어가 버린데.
내가 정한 기대치는 너무 높고 그 기대치를 못 맞추면 스스로 자기 비하를 하고 병을 앓고 있으니까 그게 또 극대화되는 거 같데. 부정적이게 생각하던 걸 긍정적으로 바꿔보려고 노력해 보래. 아니면 다시 그 동굴로 들어가 버린다고.
오늘 오전에 토끼 동생 2차 병원으로 전원 갔는데 시설도 너무 안 좋고 관리도 너무 안 되고 사람을 사람 취급 안 해줘서 너무 힘들었데. 결국 엄마한테 울면서 거기서 빼달라고 했데. 다들 고생이 많다 많아. 마음이 아파서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