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아빠, 엄마. 면담이 끝나고 보니 코알라 동생이 폐쇄로 와있더라구. 자해를 해서라는데. 손톱만큼 밖에 안되는데 내가 봤을 땐 자해라고 하기도 애매한데 보냈더라.
근데 나 아직도 아줌마들한테 화가 나. 화낼 필요 없다고 하지만 내가 무슨 성인군자도 아니고 화가 나는 상황에 화를 내는 게 정상 아니야? 화나 화난다구. 근데 어차피 표출하지도 못 해.
알파카 동생의 거처 관련해서 도와주고 싶은데 미성년자라 함부로 도와주지도 못해. 내가 도와줄 수 없는 문제인 거 같아. 애초에 오지랖일 수도 있고.
6월 29일
아빠, 엄마. 오늘은 정말 많은 걸 배웠어. 사람은 변한다. 왜냐? 사람의 기분과 감정은 바뀌기 때문에. 앞으로 볼 사이든 안 볼 사이든 그 사람은 내 인생에 많은 걸 좌지우지할 만한 사람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담당의 선생님이 주치의 선생님한테 혼나도 그냥 그런 날인가 보네 흘려보내신데. 대인관계에서 다 날 좋아하길 바라는 건 이기적인 거래.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싫어해도 괜찮고 아무 일도 잃어나지 않고 죽지 않아도 된다고.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소소하게 지내는 것 이게 행복인 것 같아.
6월 30일
아빠, 엄마.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써봤어. 표를 보니 장점과 단점이 비슷하더라구. 그 뜻은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언제든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거지. 가정사도, 사회생활도, 직장생활도, 인간관계도 ‘그래서 어쩌라고’ 마인드로 살려고 하고 실제로 어떻게 살든 다른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고. 내가 남의 눈에 잘 보일 필요 없다고.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 거라고. 내가 나를 어떻게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게 중요한 거라고.
오늘 응급하라 1988 보는데 ‘불효녀’라는 대사를 듣고 울었어. 내 눈물 포인트인가 봐. 근데 내가 불효녀가 아닌데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할까 봐 그 생각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겠으면 ‘불효녀면 어때’라고 생각하래. 나한테 관대해지래.
집에 고성이 오가면 그걸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래. 어차피 고성이 오가는 건 언젠가 끝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