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불안할 게 뭐가 있어.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아.
술 끊자.
아빠, 엄마. 담당의 선생님이 이번 치료 목표가 이거였데. 근데 내가 그 말을 그대로 하니까 너무 뿌듯하셨데. 다음 주 월, 화 중에 개방 가기로 했어.
7월 2일
아빠, 엄마. 다음 주 화, 수 중에 개방 가기로 했어. 근데 그냥 여기서 있다가 퇴원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엄마가 또 반찬을 보내줬어. 그래서 밥을 맛있게 먹었어. 아줌마들이 엄마가 나를 엄청 사랑하시나 보다 하셨어.
저녁에 너무 싱숭생숭해서 울었어. 집에 가고 싶고 병원이 뭔지 모르겠고 치료가 뭔지 모르겠고 갑자기 다 낯설고 맨날 보는 사람들도 다 낯설었어.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하필 공중전화가 통화하는 중에 고장이 나서 전화가 끊겼어. 엄마가 걱정할까 봐 걱정됐어.
7월 3일
아빠, 엄마. 오늘 또 같은 이유로 울었어.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어. 그냥 이불 속에 파묻혀 있었어. 애들이 나오라고 불러도 안 나갔어.
그래도 오후에 괜찮아졌고 애들이랑 미친 듯이 많이 먹었어. 도미노피자 슈퍼슈프림이랑 웅이네 닭발에서 닭발, 주먹밥, 계란찜. 심지어 자기 전에 키위랑 방울토마토도. 이게 어떻게 배에 다 들어갔지? 세 명이서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어.
7월 4일
아빠, 엄마. 화, 수도 아닌 수, 목이라고 말을 또 바꾸셨어. 매번 이러니까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또 하게 되고 스트레스 받게 되더라고. 자해를 했어.
7월 5일
아빠, 엄마. 오래 읽던 책을 다 읽었어. 솔직히 김영하 소설도 정세랑 소설도 기대 많이 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어. 김초엽 소설은 SF 장르라 별로일 것 같은데 한 번 읽어보지 뭐. 프롤로그가 나쁘지 않더라구. 엽떡을 먹었어. 행복했어. 목요일에 개방으로 가기로 확정됐어. 또 부딪혀 봐야지.
7월 6일
아빠, 엄마. 개방 이실이 생각보다 더 스트레스였나 봐. 너무너무 화가 나서 식음 전폐에 약 거부 면담 거부를 했어. 약을 억지로 먹게 하길래 울었어. 간호사 선생님이 따로 얘기를 하자고 하셨어.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셨어. 좀 가라앉고 보니 화낼 이유가 없는 거야. 마음의 준비가 뭐라구.
결국 면담을 하기로 했고 담당의 선생님이 앞으로는 나에 집중하고, 중심을 유지하고, 약은 무슨 일이 있어도 먹고, 화가 나면 뭐가 화나는지 표출하라고 했어. 말도 안 하고 그러면 상대방이 어떻게 알겠냐고. 소리도 지르고 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