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아빠, 엄마. ‘죽고 싶다는 마음과 지금 받는 치료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가도 죽고 싶다는 마음은 없어지지 않을 거 같아요’라고 했더니 담당의 선생님이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아요. 선생님도 그럴때가 있어요’라고 하셨어. 그런 생각을 해도 괜찮다구.
근데 살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하시길래 없다고 다 놔버렸다고 했어. 그랬더니 우리가 대화한 거 하나라도 생각해 보라고 하셨어.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다고 나에 집중하고 중심을 유지하라고.
그게 가능할까? 갑자기 모든 게 어렵게 느껴져.
그래서 자해를 했어. 개방 이실이 취소됐어. 할 말이 없어. 지쳤어. 머리가 아파.
담당의 선생님이 A 일 수도 B 일 수도 있다. A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B라고 우기지 말고 A일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죽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셨어. 근데 면담 자체도 힘들어.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야.
엄마가 왔어. 비도 왔어. 미안했어.
7월 8일
아빠, 엄마. 어제 밤에 또 자해를 했어. 이제 안 그은 데가 없어. 난 이미 살 수 없어. 난 살 자격이 없어. 또 여기에 빠져버렸어. 나갈 수가 없어. 분명 배웠어. 배웠는데도 이러면 끝인 거 아닌가? 안 된다. 그 안 됨을 알아버렸어. 끝이다. 어떻게 죽을까? 투신이 답일까? 어디서 떨어져야 죽을까? 사실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다른 세상에서 만나겠지.
7월 9일
아빠, 엄마. 담당의 선생님한테 어제 일기를 보여드렸어. 이분법적인 사고가 너무 많다고 하셨어. 퇴원이 무섭다고 했어.
퇴원을 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누가 데리러 오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봐. 잘난 사위, 이쁜 딸, 가정적인 남편, 멋있는 남자친구 등등. 나는 그게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듣기 거북해.
밖에서 말고 안에서 어떻게 죽을 수 있을지 상상하기 시작했어. 냉장고에 올라가서 소화기로 높은 창문을 깨고 떨어질까 했는데 정신과 병동이라 소화기가 다 잠가져 있었어. 방법이야 또 찾아내겠지. 제한된 공간이라 좀 더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