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아빠, 엄마. 퇴원이 미뤄졌어. 이상하게 모든 관절이 틱장애처럼 움직였어. 약 부작용인 것 같았어. 토요일에 약속도 잡아놨는데 모르겠어. 틱장애도 처음엔 무서웠는데 수액 맞고 무서운 감정은 나아졌어.
오늘 비가 많이 오네.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 너무 좋아.
7월 15일
아빠, 엄마. 하루 만에 틱장애가 거의 없어졌어. 곧 없어질 것 같아.
엄마가 자해 상처 보면 경악할까 봐 조금 걱정돼. 그래도 많이 아물었어. 연고를 열심히 바르고 있거든.
식이장애, 물 중독, 물 집착을 앓고 있는 특이한 사람이 들어왔어. 밥 먹을 때 1L, 밥 다 먹고 1L, 항상 물, 물, 물 없으면 불안하다고 하더라고.
7월 16일
아빠, 엄마. 틱장애가 안 없어져.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손가락이 이상해. 관절이 제멋대로 움직여. 담당의 선생님이랑 싸웠어. 나는 무서워 죽겠는데 괜찮다고만 하셔서 너무 짜증 났어.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은 거고 그리고 진짜 나을 거예요. 선생님 믿죠?’ 하길래 ‘아니요. 항상 믿었는데 이제 못 믿겠어요.’라고 했어. 근데 거기서 담당의 선생님이 ‘널 너무 아껴서 낮에 면담도 했는데 따로 저녁에 30분이나 써가면서 널 달래고 있는 거야.’ 하길래 ‘그럼 그냥 가세요.’라고 하고 내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
7월 17일
아빠, 엄마. 틱장애 없어지면 퇴원하기로 했어. 평생 이렇게 살까 봐 무서워. 그래도 담당의 선생님께 어제의 행동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 감정이 너무 앞섰다고. 작은 일들을 크게 부풀려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어. 그럼 진짜 큰일들이 된다고. 그럼 그걸로 또 상처받는 건 나라고 하셨어.
7월 18일
아빠, 엄마.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아서 혼자 있었어. 근데 저녁에 병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턱부터 발끝까지 관절이 제멋대로 움직였어. 너무 무서워서 당직 간호사 선생님한테 울면서 거의 좀비처럼 기어갔는데 약이 올라오려면 주말이라 4시간이나 돼야 올라온다고 하셨어. 시져가 왔어. 안정제라도 줬으면 시져까지는 안 왔을 텐데. 바닥에서 좀비처럼 데굴데굴 굴렀어. 그냥 방치됐어. 도와주지 않으셨어. 애들이 왔는데 당직 간호사 선생님은 내버려 두고 다 들어가라고 하셨어. 그러고는 나는 안 보이는지 매일 하는 소지품 검사를 하러 돌아다니셨어. 미쳐서 울고 또 울었어. 애들이 다시 나와서 침대까지 부축 해줬어.
7월 19일
아빠, 엄마. 카드놀이만 했어. 그 간호사 선생님 걷다가 넘어져서 다리나 부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7월 20일
아빠, 엄마. 그 간호사 선생님이랑 아침에 대화를 했는데 역시나 개소리만 했어. 담당의 선생님이 아침 인사하러 오셨을 때 갑자기 눈물이 또 났어. 다 들어주시고 위로해 주셨어. 그리고 대회진 돌 때도 면담할 때도 계속 울었어. 의료진들 다 알라고 얘기했어. 면담 때 담당의 선생님이 그 사람 나한테 중요한 사람 아니라고 화나는 상황인 건 당연한데 그냥 흘려보내 보자 고 하셨어.
‘저 사람은 왜 나한테 그랬을까’, ‘내가 뭘 잘못 한 걸까’ 이런 생각들도 생각하고 또 해서 과장되기만 하기 때문에 그럼 그걸로 또 상처받는 건 나라고 하셨어. 생각들을 멈추고 그냥 흘려보내 보자고 하셨어.
틱장애도 틱장애인데 기억력 상실도 생각보다 심한 것 같다고 했어. 원래 정신과 약의 제일 흔한 부작용이 기억력 상실인 건 아는데 심하다고. 근데 그건 어쩔 수 없고 조울증이 완치되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셨어.
틱장애는 약 부작용은 때문인 건 아닌 거 같고 극한의 스트레스 때문인 거 같다고 하셨어. 편하게 지내야 한다고 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