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아빠, 엄마. 틱장애가 거의 없어졌어. 뭐 이러고 또 시져 올 수도 있지만… 그 간호사 선생님을 향한 안 좋은 감정들도 다 버렸어. 담당의 선생님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니까 진짜 중요하지 않은 게 됐어. 내가 나가서 혼자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을까? 나가서의 삶이 걱정되긴 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
퇴원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여기도 너무 편해지면 안 되는데…
엄마가 피자를 사 왔어. 너무 맛있었어. 담당의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하다가 울었어. 행복했던 순간들을 써보라고 하셨거든.
7월 22일
아빠, 엄마. 금요일날 퇴원하기로 했어. 나에 대해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일상생활에 대해서도, 사회생활 속에서도, 인간관계 속에서도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혹은 작은 일을 큰 일로 만들면 그게 나를 힘들게 하니까 어떤 감정을 느껴도 괜찮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그러니까 괜찮다고, 항상 행복할 수는 없고 자살시도도 자해도 할 수 있지만 다 괜찮다고 하셨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거라고.
7월 23일
아빠, 엄마. 아침부터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 찼어. 내일이 퇴원일이라는 것 자체가 불안해. 나가서 잘 컨트롤하면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엄마가 갑자기 병원비를 나한테 결제하라고 했잖아. 너무하다고 생각했어. 아니 사실 너무할 것도 없는데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익숙해지지가 않아. 면담 때 펑펑 울었어. 안정제를 세 번 맞고 잠에 들었어. 깼는데 또 불안해서 담당의 선생님을 찾았어. 담당의 선생님이 잘 살지 않아도 잘 살아도 다 괜찮다고 했으니까 불안한 마음은 좀 덜고 살아야겠어.
서울성모병원에서는 하루를 마감하는 노래가 8시 20분쯤 나와.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안 하고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공기를 느껴. 마음을 정돈해. 애들이랑 약속하고 다 같이 하는 거라 방해 없이 집중할 수 있어. 마치 하나의 의식을 치르듯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 그래도 잘 넘기면서 지냈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다시는 안 오는 걸로.
아빠, 엄마, 동생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