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Sep 10. 2022

두 번의 병가 그리고 그 후

요즘은 그냥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아무래도 병가를 두 번이나 내고 140일을 쉬었으니 눈치도 보이고… 근데 뭐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술을 아예 끊고 싶었지만 술을 너무 좋아하는 나에겐 술을 끊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술을 끊으려고 월, 수, 금 퇴근 이후에 운동을 잡아놨다. 월, 금은 필라테스를, 수는 풋살을 잡아놨다. 그래도 아예 끊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너무 하이 할 때도 로우 할 때도 물론 있지만 그럭저럭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되었다. 자해는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너무 불안해서 딱 한 번 했다. 팔 토시를 하고 생활하고 있다. 좀 아재같기도 한데 나름 힙하다.


의사 선생님께서 공황처럼 낙상도, 틱이라고 생각했던 각종 신경 반응도 다 육체적 반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는. 최근에는 쓰러질 정도로 머리가 싸해지는 육체적 반응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침에 샤워를 할 때 그러면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샤워를 하고 그걸 한 네 번 정도 반복했다. 한 번은 지하철에서 그랬는데 중간에 내리면 늦을까 봐 억지로 버텼다. 근데 내리자마자 플랫폼에 있는 의자에 대자로 뻗었다. 결국 데스크 선배께 전화드려 역에 좀 누워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15분 누워있었는데 괜찮아진 거 같아서 계단을 올라갔더니 또 그래서 15분 더 누워있었다. 그래서 30분 늦었다. 그래도 너무 딥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뭐 이러다 말겠지, 괜찮아'라고 스스로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더라.


살이 급격히 빠졌는데 운동을 하니 체력도 올라오고 기분도 전환이 된다. 대체적으로 모든 걸 긍정적이게 생각하려고 한다.


행복은 너무 어려운 이야기 같아서   먹고 치료 잘 받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즐겁게 보내려고 한다.


만약에 다시 모든 게 무너진다면 회사는 그만두는 게 맞는 거 같다. 아픈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접어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과 병동에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