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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Sep 25. 2022

개명을 했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좋아지고 나서, 나는 개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빠가 사랑을 담아 고심해서 지어준 이름이라기에 반대할 걸 알았지만 내가 새롭게 잘 살고 싶다고 억지를 피웠다.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내가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날 참 많이 울었다.


이름이 바뀌면 삶이 바뀌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마침표를 찍고 싶다고 했다. 그게 죽음이 아니라 개명이어서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6년을 함께한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 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아이들보다 성인들이 개명하기가 더 어려운 이유는 사회에 발을 더 많이 들여놨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허가가 떨어져도 바꿀 게 많다.


그동안 나를 이렇게 부르다 앞으로 저렇게 불러야 한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한테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개명 신청을 했다고 말하니까 바로 바꿔서 불러준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게 조금은 어색했다. 허가가 떨어졌을 때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새로운 이름대로 밝고 아름답게 살자는 마음이 더 강하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다시 나락으로 떨어져도 좋은 날을 기억하고 힘들어도 좋은 날이 다시 올 거라고 마음을 다잡아줬으면 해. 진짜 처음으로 느끼는 건데 나는 너를 이제야 비로소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너는 꽤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아니어도 돼. 누구도 네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너는 그냥 소중한 사람이야. 현재를 즐겨줄래? 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해 줄래? 세상은 네가 보는 거에 따라서 빛날 수도 어두울 수도 있어. 이제는 훌훌 털고 빛나는 걸 더 많이 보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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