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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15. 2022

이별 일 년 후

이별에 둔해질 만큼 이런 연애 저런 연애 다 해봤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하죠? 근데 그 한 사람. 그 한 사람만은 잊을 수가 없는… 다른 사람으로도 잊히지 않더라구요. 너무 많이 사랑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죠? 맞습니다. 놓쳤습니다. 이런 사람이 저한테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묻어두고 사시나요?


저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좋아합니다. 별 이유는 없고 남주가 완전 제 스타일이기 때문이죠. 이미 여러 번 본 그 영화를 다시 보다가 폭풍 오열을 했습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봤지만 눈물을 흘린 적은 없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아픈 제가 그 친구마저 아프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별이 저희 둘에게 더 힘들 줄 알았다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힘든 건 괜찮았는데 그 친구가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거든요.


헤어진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붙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친구의 안녕을 빕니다. 그 친구가 진심으로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친구는 아직도 저를 미워하고 있을까요?



제 마음을 둔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평생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삶이자 제 전부였던 그 친구에게 감사합니다. 제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저를 묵묵히 지켜줬거든요. 자살시도를 하고 자해를 해도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며 웃는 게 이쁘니까 울지 말라고 하던 사람. 그래서 그 친구 앞에서 더 많이 웃었던 것 같습니다. 같이 나눈 이야기들, 함께 보낸 시간들, 이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묻어둬야 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언제든 달려가 안길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떤 연애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온 마음을 다 할 수 없을 거라는 거 그 친구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마음은 그 친구에게 두고 왔으니까요. 참 어렵습니다. 절대 놓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놓치고 이제 와서 이렇게 청승을 떱니다.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래도 만약 기적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돌고 돌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그 친구가 서울에 잠시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 빼고는 친구도 한 명 없는 연신내에 왔다는 소식두요. 왜 보러 오지 않았을까요? 그 주 새벽에 전화도 두 번이나 왔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자는 저는 그 전화를 두 번 다 받지 못했습니다. 받았다면 또 달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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