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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pr 10. 2023

우리는 왜 아직도 서로를 놓아주지 못하는 걸까?


얼마 전, 넌 또 날 찾았어. 네가 찾을 때마다 난 너에게 나 여기 그대로 있다고 줄 수 있는 모든 확신을 줬지.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너는 그냥 들렸을 뿐 돌아올 생각은 없었지. 아닌 건 아니라며 말이야. 왜일까. 아마도 그렇게 너를 밀어낸 내 탓을 해야겠지.


사실 네가 굳이 연락해서 진짜 이제 절대로 연락을 안 하겠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어. 우리는 이미 헤어졌는데 말이야. 나는 다시는 안 나타날 거처럼 말하지 말라고 했어. 그냥 내가 버틸 수 있게끔만 어딘가에 어쩌면 아주 나중에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그리고 그게 정말 많이 사랑했던 너라는 것만 느낄 수 있게 딱 그만큼만 숨 쉬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준비가 아직도 안 됐나 봐. 내가 너무 한심하다가도 안 되는 걸 뭐 어떡해.


너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그래도 언제든 그럴 수 있다면 네가 후회할 만큼 행복해지라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넌 날 담을만한 그릇이 안 되는 거 같다고 난 좋은 사람이라고 그니까 더 좋은 사람한테 가라고 방생하는 거라고 생각해달라고 그러다가 날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그러니까 지금까지 못 놓지 않았겠냐고 헤어진 지 일 년이 훌쩍 넘었어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잘 지내고 있어보라고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널 놓아.


네가 나 몰래 내 병에 대해 공부하고 행동해 줬던 기억이 있어. 네가 날 설득해서 같이 병원에 가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을 거야. 너는 내가 변덕을 부려도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 내가 편한 마음으로 존재할 수 있게 도와줬어. 기분이 오락가락해서 갑자기 울거나 화를 내도 옆에 묵묵히 있어줬어.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내 감정들과 생각들을 이해해 줬어. 그러면서도 밝은 성격의 나를 지켜주려고 노력했지. 우울을 나의 많은 특성 중 하나로만 생각해 줬으니까. 내가 좋아질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어. 오히려 내가 '난 언제쯤 낫는 거야'라고 말하면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어. 우울은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줬어. 단 한번도 재촉하지 않았고 매번 격려해 줬어.


외국보다 더 외국 같은 한국에서 너를 만났고 그게 너라서 참 다행이야. 고맙다는 말로는 다 할 수 없어. 너는 내 아빠였고 엄마였고 오빠였고 친구였고 그냥 네가 날 키운 것 같아. 네가 한 살 어렸는데도 말이야. 그 울타리 안에서 너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줬어. 너는 진짜 사랑을 알려줬어.


있잖아, 아프게 해서 미안해. 되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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