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랑에 빠졌다. 왜 ‘알다가도 모르겠는’이라고 표현했냐면 오빠가 내 기준에 나쁜 새끼인지, 그렇다면 덜 나쁜 새끼가 된 건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왜 나는 아니었어?
오빠는 ‘네가 알코올 중독이어서’라고 답했다. 생각지도 못 한 답변이었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왜 술 안 마시는 걸 조건으로 내밀었는지. 왜 죽고 싶다는 말 안 하는 걸 조건으로 내밀었는지.
왜 마음이 바뀐거냐고 물었다. 오빠는 ‘네가 너무 좋아서’라고 답했다.
진짜 왜 바뀐거냐고 다그쳐 물었다. 오빠는 ‘네가 바뀌려고 해서’라고 답했다. 그랬다. 좋은 사람이었다. 날 위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맞다. 바뀌고 싶다. 바뀔 거다. 지켜낼 거다.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
- <언어의 온도> 이기주
우리는 섹파였다. 그런데 그건 더 이상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