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유일한 소원이라는데

by 초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지만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나만의 사정으로 그 사람이 미운데 그 사람의 사정까지 생각해 줘야 하나 싶다. 그래서 그냥 미워하기로 했다.


큰삼촌네 가족이다.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십 년마다 딱 두 번 한국에 왔다.


하루는 작은삼촌이 불같이 화를 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삼촌네 첫째 딸이 결혼을 하는데 돈이 급하게 필요해서 혹시 할머니의 유산 중 본인의 몫을 미리 받을 수 없냐고 하셨다고 했다. 할머니의 허리 수술에 대해서는 아예 알지도 못하는, 안부는커녕 연락도 하지 않는 그 분께서 할머니가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속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첫째 아들의 첫째 딸이 또다시 십 년 만에 한국에 왔다는 게 그렇게 설레셨나 보다. 그 소식을 듣고 내가 ‘할머니, 그렇게 좋아?‘ 물었더니 ’아니, 나는 네가 오는 게 더 좋다. 올 거지?‘라고 하셨다.


사실 가기 싫었다. 또 십 년 만인데 언니가 올 거라고 큰삼촌이랑 큰숙모랑 언니는 미리 전화나 문자 한 통 줄 수 없었던 걸까. 와서 ‘왔으니까 하루 보러 갈게요.‘라는 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셨고 또다시 십 년 만에 온다면 그때는 할머니가 안 계실 수도 있기 때문에 부디 좋은 기억으로 남는 하루가 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가야 했다. 나이 또래인 나라도 가서 미운 언니가 불편하지 않게, 다시 오고 싶게 해줘야 될 것 같았다. 오지랖이었다. 그런데 자고 올 생각까지는 정말 없었는데 할머니가 양손에 우리 손을 각각 잡으시고는 그러셨다.


할머니 소원이야. 둘 다 자고 가라. 친손녀랑 외손녀랑 양쪽에 두고 같이 자고 싶어.


언니랑은 의외로 꽤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언니는 잘못한 게 없다. 그리고 언니도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는지 그렇게 우리는 다 같이 잤다. 오손도손 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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