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출장을 다녀왔다. 산사태 매몰 사고 현장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예천이 달랐던 점은 현장이 다 작은 산골짜기 마을이라 접근이 힘들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접근이 힘들었다는 점은 실종자 수색작업에도 난항이 있었다는 뜻이다. 중장비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장비에 들어가는 기름 하나도 손으로, 지게로 나르시더라.
무릎까지 오는 토사물을 헤치고 끊긴 도로를 건너뛰며 20분까지도 걸어올라 접근해야 했는데 이럴 때 필요한 건 장비와 인원에 대한 안전이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나대다가는 작게 다치면 다행, 크게 다치기도 하고 또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 당황해서는 안 된다. 발이 안 빠져 당황해하다가 누군가 내민 손을 잡고 빠져나오려다 오히려 더 크게 다치기도 한다.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땐 하되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일할 거 아니지 않은가.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는 순간도 목격하게 되는데 앰뷸런스가 시신을 싣고 나가는 걸 찍고 동네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거나 슬픔에 빠진 걸 찍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 앞에서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추가로 장비들에 흙이 묻으면 안 되니 항상 들고 있어야 하고 특히 각종 라인들을 신경 써야 한다. 끌리거나 하면 흙이 묻어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까지 오면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아진다.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대통령 방문 시에 있었던 보여주기식의 실종자 수색작업이었다. 대통령이 왔다 간다는 이야기에 하루 종일 현장에 있었던 나는 한 시간 전부터 동선을 짜 잘 보이는 곳에 대규모 인력을 배치하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지자체의 모습을 보았고 대통령이 가자마자 철수하는 모습도 보았다. 주민들이 느낄 허탈함이 걱정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