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Jul 26. 2023

산사태 매몰 사고 현장


예천 출장을 다녀왔다. 산사태 매몰 사고 현장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예천이 달랐던 점은 현장이 다 작은 산골짜기 마을이라 접근이 힘들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접근이 힘들었다는 점은 실종자 수색작업에도 난항이 있었다는 뜻이다. 중장비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장비에 들어가는 기름 하나도 손으로, 지게로 나르시더라.


무릎까지 오는 토사물을 헤치고 끊긴 도로를 건너뛰며 20분까지도 걸어올라 접근해야 했는데 이럴 때 필요한 건 장비와 인원에 대한 안전이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나대다가는 작게 다치면 다행, 크게 다치기도 하고 또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 당황해서는 안 된다. 발이 안 빠져 당황해하다가 누군가 내민 손을 잡고 빠져나오려다 오히려 더 크게 다치기도 한다.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땐 하되 제대로 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일할 거 아니지 않은가.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는 순간도 목격하게 되는데 앰뷸런스가 시신을 싣고 나가는 걸 찍고 동네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거나 슬픔에 빠진 걸 찍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 앞에서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추가로 장비들에 흙이 묻으면 안 되니 항상 들고 있어야 하고 특히 각종 라인들을 신경 써야 한다. 끌리거나 하면 흙이 묻어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까지 오면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아진다.


한 가지 안타까웠던 점은 대통령 방문 시에 있었던 보여주기식의 실종자 수색작업이었다. 대통령이 왔다 간다는 이야기에 하루 종일 현장에 있었던 나는 한 시간 전부터 동선을 짜 잘 보이는 곳에 대규모 인력을 배치하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지자체의 모습을 보았고 대통령이 가자마자 철수하는 모습도 보았다. 주민들이 느낄 허탈함이 걱정될 뿐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습하면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