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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10. 2024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


나는 네가 좋았어. 네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어.


따뜻한 온기가 담긴 오빠의 언어, 그 속에 담긴 단어와 어투 하나하나까지도 사랑했고 오빠의 말뿐 아니라 꾸밈없이 맑고 순수한 오빠의 행동을 사랑했다. 오빠가 보는 세상과 그 세상을 대하는 태도, 그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사랑했다. 유연하고 부드러웠다.


동경의 마음도 있었다. 오빠의 세계에 나도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 세계에 들어가면 오빠처럼 유연하고 부드럽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때로는 과하게 방어적이고 그럴 때는 또 가차 없이 공격적이기도 한 나에게 없는 것들을 오빠는 많이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폭발하고 돌변해서는 말을 이쁘게, 아니 일부러 못되게 해버리는 나는 어쩌면 오빠에게 빠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갑자기 그러는 내가 아무리 아팠던 나라고 해도 그러는 게 싫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때때로 그러는 나에게 실망하고 나의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또 후회한다.


오빠는 말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오빠를 만나면서 느낀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가진 것도 물론 별로 없지만 가진 것보다 더 큰 사람이 되고 싶다. 갑자기 폭발해버리고 돌변해버리는 그 아이에게도 자아 그 비슷한 게 있다면 그 아이 또한 자라나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의사선생님께 물었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에서 아팠던 기간 동안 몸에 입력된 어떠한 습관과 버릇과 바뀐 성향들이 아프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고 있고 그게 너무 속상한데 아예 돌아오지는 않는 거냐고.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대답했다. 그걸 내 나름대로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보자면:


미동도 없어 보이는 호수에 누가 계속 돌을 던졌다. 처음에는 작은 조약돌, 나중에는 큰 바위였다. 그 파장은 점점 커져만 갔다. 단순 놀이 같지만은 않았던 물수제비 놀이가 끝나고 나서도 호수는 바로 잠잠해지지 않았다. 잔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미동이 없어 보일 뿐이지 호수에는 항상 잔물결이 일렁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 정도는 괜찮다는 거. 마치 튜브 위에 올라탄 것처럼 물길을 따라 유유히 유영하면 된다는 거. 바뀌어 버린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앞으로 여유롭게 또다시 바꾸어 나가기에 시간은 충분하다는 거.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거. 선생님께서는 말했다. 4년 전만 해도 삶이 아닌 죽음에만 매달렸던 거 기억하느냐고. 이미 너무 많은 걸 해냈다고.


그리고 나는 안다. 튜브 위에는 나 혼자가 아닐 거라는걸. 함께 장난을 치고 노래를 부르다 흥이 더 오르면 춤 같지 않은 춤까지 추며 호수보다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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