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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Nov 21. 2024

편안함 VS 설렘


저는 편안함이 싫었어요. 연애에 있어서는 무조건 설렘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설렘이 더 이상 없다면 그건 관계의 끝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편안함? 가족도 아닌데 편해서 뭐해? 이성끼리 만나는데 편하면 친구 아니야? 뭐 그런 생각이었죠.


오빠를 만나고 알았어요. 편안함의 소중함을요. 불같이 뜨겁지는 않지만 우리만의 온도로 서로의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 주는 것. 억지로 맞춰가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새 스며들어 있는 것. 서로의 좋은 점, 조금은 부족한 점을 다 알고도 감싸줄 수 있는 것. 매일매일 소소한 것들을 함께 하는 것. 솔직하게 서로의 감정들을 나누는 것. 누구보다 제일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요.


그런데 편안함이라는 건 편안함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 우리라는 인간들은 그게 마치 본능인 마냥 누군가가 너무 편하면 상대를 막 대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편안함에는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에서 편안함은 안정감을 뜻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안정감 속에서 상대를 더 알게 된 만큼 저를 더 알게 되었어요. 오빠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유를 가지고 제 자신을 충분히 성찰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오늘도, 내일도, 내 옆에 있을 거 같은 사람. 우리의 사랑, 믿음, 신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탕으로 함께 꿈꾸는 미래. 그게 연애에 있어서는 편안함의 소중함 아닐까요?


물론 편하기만 하면 안 되겠죠. 너무 변덕스러운가요? 하하. 저는 설렘을 포기하지 못하는 여자인가 봅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그 설렘이 뭐 거창한 말과 이벤트 이런 데서 오지 않더라고요. 장 본 걸 나눠들었는데 자연스럽게 제가 든 걸 가져가면 그게 설레요. 어느 순간 보니 오빠 손에 들려있을 때요. 그리고 사실 뭐 아직도 스킨십을 할 때는 설렙니다. 가끔 얼굴 보고 설렐 때도 있고요. 하하. 그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저희는 밥 먹으면서 친해졌는데요, 아마 앞으로도 평생 밥 먹으면서 친하게 지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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