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동기가 딱 하나 있다. 나보다 네 살 많은 오빠지만 친구 같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친구처럼 장난스럽게 굴어도 다 받아주는 오빠다.
내가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시기에 오빠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역할을 했고 그러니까 세월이 쌓여서가 아니라 오빠는 내게 처음부터 가족 같았다. 내가 외로울 때마다 어쩌다 보니 오빠가 옆에 있기도 했다. 오빠는 든든한 길잡이기도 했지만 나를 살펴주고 헤아려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오빠한테는 모든 걸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었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내 편에 서기 힘든 순간에도 항상 내 편이 되어주었다. 어떻게든 나에게 아무 문제가 없도록 일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해 주었다. 내가 아프면서 방황할 때도, 중간중간 쉬고 돌아와서 다시 적응하면서 방황할 때도 나를 잡아주었다.
요즘 많이 느낀다. 오빠의 괜찮다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알아서 잘 마무리했으니 안심해도 좋다는 눈빛과 오랜 시간 통화를 붙잡고 불안과 고민을 늘어놓는 나를 잠재운 노력들. 사실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오빠는 이미 알고 있다는 느낌. 아마 오빠가 없었다면 내가 아무리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해도 오래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오빠가 괜찮다고, 아무 일 없을 거라고 하면 진짜 아무 일도 없을 것만 같았다.
오빠는 실력 있는 인재이고 부서에서 인정도 받고 있는데 동기인 나로서는 그게 부럽기보다 마냥 좋기만 하다. 오빠가 칭찬을 받으면 내가 칭찬을 받은 것만큼 좋다.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항상 있지만 오빠보다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같이, 하지만 각자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동기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나와의 관계를 가지고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오빠는 사람 자체가 좋은 사람이다. 배울 점이 참 많다. 마음이 넓고 배려심이 많고 긍정적이다. 그래서 좋다. 우리는 많은 걸 함께 했고 그 모든 건 추억이 됐으며 둘만 아는 이야기가 이제는 너무 많다.
장난을 많이 치는 우리는, 장난을 치다 싸우기도 하는 우리는 사실 오글거리는 대화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잘 하지 않는데 하루는 내가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오빠한테 무턱대고 고맙다고 말했다. 오빠는 알면 됐다고 말했다.
그날만 고마웠던 거 아니야. 항상 고마워. 그리고 맨날 ‘오빠‘라고 안 하고 ’야’라고 해서 미안한데 그건 계속 미안해하는 걸로 할게. 평소의 과격한 표현들과 장난들도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해 줘.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