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너라서

오빠가 우리 부모님께 쓴 편지

by 초이


우리 부모님께 오빠를 만나봐주실 수 있겠냐고 여쭤봤을 때, 흔쾌히 만나봐주시겠다고 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일단 오빠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 만날지 말지 결정하시겠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오빠에 대해 자세히 말씀을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학벌과 직업을 이유로 반대하려는 것 같다는 소리였다. 가슴이 무너졌다.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귀하게 자랐지만 학벌과 직업 때문에 오빠가 부족한 사람이 되었고 오빠는 속상하지만 속상한 티 하나 안 내고 펜을 들었다. 오빠가 써 내려간 모든 문장 하나, 하나는 진심이었다. 나를 울게 만들었다.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홍콩대를 나오고 기자라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느꼈지, 학벌과 직업 때문에 오빠가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빠는 우리 부모님이 귀한 마음으로 키우신 나를 소중히 여기며 지킬 것을 약속드렸다. 나의 웃음이 줄어들지 않도록 항상 내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드렸다. 비록 오빠가 미흡한 점이 많지만, 우리 부모님의 지지가 있다면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더했다. 부디 소중한 따님을 오빠에게 믿고 맡겨달라고 앞으로의 길이 순탄치 않을 때도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함께 극복하겠다고 약속드렸다.


만약에 우리가 결혼을 못 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헤어지는 걸 상상할 수 없다. 헤어지지 않을 거다. 무엇을 해서라도 지키고 싶다. 폭싹 속았쑤다의 관식이와 애순이처럼 야반도주라도 해야 한다면 해서라도 지키고 싶다.


나는 오빠를 존경한다. 오빠가 지금껏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나갈 삶이 부럽다. 오빠는 사실 편지를 쓰면서도 단단했다. 단단함은 아니라고 느껴질 때면 언제든지 그만두고 돌아오라고 다독여주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든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에서 나온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은 자만심이나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빠가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지고 차근차근 밟아온 삶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이 내가 삶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들이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믿는다. 그냥 아까운 거라고. 아까운 거 아깝다고 표현할 수 있지. 하지만 부디 우리 부모님이 오빠를 조금만 더 이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보면 이쁘게 봐주실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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