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너라서

3호선의 풍경

by 초이


연신내역 4번 출구에서 만나!


우리에게 3호선이란 추억 그 자체이다. 우리는 둘 다 연신내역 근처에 살아 사귀기 전부터 사귀기로 한 후 지금까지 연신내역에서 만나 밥을 먹었다. 접선 장소였다. 우리가 처음 한강을 간 날, 한강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날도 우리는 연신내역에서 만났다. 오빠는 맥주 네 캔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우리에게 3호선 라인이란 안국역으로 왔다 갔다 하는 출퇴근길이었다. 오빠는 항상 나를 지하철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면 오빠는 제일 환한 미소로 긴 팔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내가 조금 늦을 때에도 절대 짜증 내지 않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나에게 오빠는 제일 환한 미소로 긴 팔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출퇴근길을 함께 하며 아침에는 오늘 하루 있을 일들을 응원하고 저녁에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에 대해 궁금해해주고 보듬어주고 토닥여줬다. 지치고 힘든 몸을 서로의 어깨에 잠시 기대기도 했다. 기대는 것에서 안 그치고 내가 오빠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가기도 했다.


우리에게 3호선이란 퇴근 후 통원치료를 받는 병원에 가기 위해 교대역으로 왔다 갔다 하는 고통과 인내의 강남행 길이었다. 오빠는 단 한 번도 나를 병원에 혼자 보내지 않고 병원에 같이 갔다. 나보다 두 시간 일찍 퇴근할 때도 나를 기다려 병원에 같이 갔다. 멀다면 먼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인데도 불평, 불만이 없었다.


오빠의 계약직 근무가 곧 끝난다. 이제는 회사에도, 병원에도 혼자 다녀야 한다. 혼자 할 수 있지만 혼자보다 같이 하는 게 더 좋았는데. 혼자 다니면 심심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도 씩씩하게 혼자 잘 다녀야 한다. 그래야 오빠가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추억도 추억이지만 나에게 3호선이란 오빠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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