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여러 외부 자극으로 다시 자살시도를 강행했었다. 누구한테나 힘들 수 있는 일에 다른 사람들은 그냥 힘들어한다면 나는 몇 번 해봤으니 죽음이라는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깊어지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우울감을 털고 일어나는 데에 있어서 내 마음가짐이 같지가 않았다.
굳은살이 생겼는지 내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괜찮다고,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 울고 싶으면 참지 않고 울었고 웃을 수 있을 만한 일들을 하나씩 하며 웃었다. 그러다 지치면 쉬었다. 죽지 않고 잘 버티면 웃을 만한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1년이나 넘어 다시 자살시도를 강행했던 점에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깊이가 점점 얕아질 뿐인가? 길어지고 얕아진 상태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채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는가? 그럼 이 모든 것은 언제 끝나는가? 우울증에 완치가 없는 걸까?
자살시도를 한 번 한 사람은 언젠가는 결국 자살시도로 목숨을 잃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게 있다. 누구나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우울감은 하나의 감정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우울감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왜냐하면 아팠을 때든 아프지 않았을 때든 우울감이 없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완치가 된다면 그건 우울감이 없다는 게 아니라 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 길이, 크기, 깊이가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힘도 강해진 상태를 말할 것이다. 우울증에는 완치가 있다.
이번에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깊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그런다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점점 강해진다면 그게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