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반드시 온다.

by 초이

번개탄과 테이프를 사고 마지막을 준비하던 내 마음은 오죽했을까.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나는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나를 살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 아이는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다. 겁이 많던 아이가 겁이 없어졌고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나를 살릴 수 없어서 말이다.


그랬던 내가 이제 나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 나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나를 더 자유롭게, 더 강하게 만든다. 나는 이제 나를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괜찮다고,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일지어도 주어진 삶 한 번 살아보리라.


그리고 나는 살고 있다.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씩 하며.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일도 하나씩 하며. 아프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날도 아팠기에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또 살겠지 하며. 그래도 아프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겠다. 사회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살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그냥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살고 있다. 무탈한 하루를 기도하고 무탈한 하루를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왜 아팠냐고, 어떻게 나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왜 아팠는지를 왜 궁금해하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다냐 식으로 궁금해하는데 그냥 아팠다. 그러니까 궁금해하지 마시길. 어떻게 나았는지를 궁금해한다면 두 번의 입원 치료와 꾸준한 통원 치료, 약물 복용도 있지만 나를 살린 건 나 자신인 것 같다. 나를 다 부수고 나서야 나는 나를 살릴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 누구보다 살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 거린 것일지도 모른다. 대견하다. 더 자유로워졌고, 더 강해졌으니까. 어둡고 긴 밤이 지나갔다.


내일은 나아질 거란 끝없는 약속을
눈물에 흘려보내도
아이는 꿈꾸고 그대는 영원히 춤추네
- <곁에> 유다빈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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