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나를 두고 너는 내가 제발 살았으면 좋겠다고, 우리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너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 그런 널 보면서 나도 너가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따라 걷기 시작한 것 같아.
너는 나를 하루하루 살게 했어. 치료도 치료지만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이 나에게 나도 할 수 있다고 지켜봐 주니 나도 나를 믿어주고 싶어지더라. 맞아, 나에게도 희망 뭐 그 엇비슷한 게 생겼던 것 같아. 그렇게 네 곁에 며칠, 몇 주, 몇 달 뒤에 있을 내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됐어. 그랬던 내가 이제 몇 년 뒤에, 아니 한평생 네 곁에 있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있네.
너가 필요한 게 아니라 너를 원해.
결혼이란 뭘까 많이 생각하는 요즘이야. 사실 나는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어. 결혼을 하면 마치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거든. 그렇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알아.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그 해결책은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도. 결혼으로부터 찾으려던 건 숨을 구멍이었더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나는 내가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어. 풀어나가야 할 게 많은 것 같아. 숨는 건 이제 안 해.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숨을 구멍이 아니라 또 한 번의 성장인 것 같아.
내가 걷는 발걸음 위에, 삶의 모든 여정 속에 네가 함께일 거라 참 다행이야. 감사하고 또 감사해. 좋은 일들만 있을 수는 없을 거야.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어렵고 힘든 일들이 더 많겠지. 그래도 함께 걸어가 보자. 서로에게 기댈 곳을 기꺼이 내어주며. 그 끝에 우리는 더 단단해져 있을 거야. 믿어 의심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