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너라서

한여름 우리에게 2

by 초이


반팔 옷을 집어넣고 긴팔 옷을 꺼내 입을 때가 된 거 보니 여름이 지나갔나 보다. 다툼과 싸움으로 다소 격렬했던 우리의 여름도 지나갔다. 다시 다투고 싸울 때도 있었고 어색할 때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고 나름 잘 다투고 싸우는 법과 잘 푸는 법도 찾았다.


그럴 무렵, 오빠가 이직에 성공했다. 이직에 성공한 것 자체도 다행이었지만 그 일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서 더 다행이었다. 오빠는 요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인다. 출근을 할 때도, 퇴근을 할 때도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참 다행이다. 나도 그런 오빠를 보는 게 매우 좋다.


나는 원래 오빠가 이직에 성공하면 바로 결혼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다. 결혼도 결혼이지만 몇 가지 더 중요한 게 있는 것 같다. 첫째, 오빠가 회사에 적응을 잘 하는 것. 둘째, 오빠가 앞으로도 회사에 꽤 오래 다닐 의지가 생기는 것. 마지막으로, 스스로 결혼에 대해 확신을 갖는 것.


마지막이 나한테는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오빠와의 결혼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건 아니다. 결혼 자체에 대해 확신을 갖고 싶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고 싶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결혼이 뭔지, 결혼을 하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어떤 각오로 결혼을 해야 하는지, 나에게 그럴 각오가 있는지 등등 생각이 많다. 나는 갔다 오고 싶지 않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천천히 추진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오빠 부모님과 여러 번의 만남으로 천천히 알아간 것처럼, 오빠도 우리 부모님과 천천히 알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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